구보는 14살부터 일을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집에서 출퇴근 하거나 공장 기숙사에 들어가거나 혹은 혼자서 자취 생활을 하기도 했다. 공장 생활을 시작한 것은 전구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공단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동네에 떠도는 소문을 따라 찾아갔었다. 구보는 그곳에서 완성된 전구에 불이 켜지는지 검사했다. 1년 정도 했고 곧 옮겼다. 야구 글러브 공장에서는 글러브에 솜뭉치 같...
궁씨는 3학년까지 성남초등학교를 다녔다. 성남 상대원을 비롯해서, 단대리, 수진리, 탄리, 그리고 모란에서도 다니는 친구들이 있었다. 학교 가는 길은 그야말로 고개 넘고 물을 건너는 험한 길이었다. 황서고개와 박석고개를 넘어야 하는 학교길은 겨울엔 너무 추웠고, 날씨 좋은 날엔 가끔씩 출몰하는 문둥이 때문에 무시무시하기만 했다. 문둥이는 가끔씩 고갯길 이곳저곳에 나타나 등교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