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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의 대로변 구두박스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109017
지역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장노현

마님발 구두세탁소는 잘 되었다. IMF 경기 한파의 덕을 본 것이 운이 따랐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오토바이를 이용한 신속 수거 배달이 사람들에게 먹혔던 것이다. 가파른 언덕배기 많은 상대원 인근에서 오토바이는 영업에 없어서는 안 될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구보는 그게 늘 불안했다. 언덕배기에서 자칫 오토바이 사고라도 나는 날이면 큰 일이라는 생각이 때때로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남들이 보기에는 가진 것도 지킬 것도 별로 없는 인생이라고 볼 지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 아내와 조그마한 가게는 너무도 소중한 것이었다. 소년시절 철거민이 되어 객지로 보내졌을 때의 막막함을 몸 속의 유전자가 기억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내랑 합의 하에 가게를 팔고 길가의 구두박스를 알아보기로 했다. 가게를 내놓았을 때 그것을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금방 나타났다. 권리금도 천이백만 원을 받았다. 가게를 연 지 2년만의 성과로서는 그런대로 흡족한 편이었다.

길목이 좋은 곳에 구두박스를 얻고 싶어 기도를 많이 했다. 처음에는 서울 송파와 잠실 쪽에서 알아봤지만 자릿세가 너무 비쌌다. 마땅치가 않아서 분당으로 고개를 돌려 수내동 구두박스를 하나 얻게 되었다. 그 후로 벌써 10년이 지났다.

“지금 이렇게 분당에서 구두 수선 잘 하고 있어요. 구두 수선만 하다가 자리가 좋으니까 열쇠도 하면 좋을 거 같아서 열쇠도 하게 됐구, 또 거기 사시는 분들한테도 아주 좋을 거 같아서 칼도 갈고, 뭐 도장도 하게 되고. (손기술이 아주 좋으신가 보다) 원래 (어디 가서 배우신 건 아니고 혼자서 터득하신 건가요 도장 파고 하는 것도) 아니요. 이렇게 뭐라 그래야 되나 기초적으로 조금 어떻게 하는 방법만 배웠어요. 저 같은 경우엔 그래서 나머지는 그냥 제가 습득하면서 했던 거 같애요. 구두수선도 어떤 사람들은 어디 가서 두 달 세 달 배워 가지고 배워서 이렇게 차려서 하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그동안 구두 공장에서 조금 구두를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냥 이렇게 눈썰미로 보니까, 아 저건 저렇게 하면 되겠다 싶어 했더니 또 잘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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