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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하게 시작한 산행 취미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109099
지역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장노현

가게는 쉬는 날이 없었다. 연중무휴로 장사를 했다. 언젠가는 여러 가게가 의논하여 정기 휴일을 정한 적이 있었다. 휴일이 되어 다른 용무를 보고 돌아왔는데 어느 집에서는 가게를 열고 손님을 받고 있었다. 신사협정은 그 후로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시장 상인들은 제대로 된 휴일도 찾아먹을 수 없었고, 그럴싸한 취미생활도 하지 못했다. 저녁이 되면 텔레비전 틀어놓고 꾸벅꾸벅 조는 것이 휴식의 전부였었다.

하지만 봉씨와 아내는 2008년 들어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되었다. 남한산성 공원에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전엔 하루 종일 일하는 사람이 남한산성은 무슨 남한산성이고 잠이나 자자고 했는데, 몇 번 딱 가보니까 공기가 달아요. 그래가 아침에 두 시간 정도 5시 반에 일어나 남한산성 가서 한 바퀴 돌고 맨손 체조 한번 하고 오지 않습니까. 여기 오면 8시 되요. 밥 먹고 부리나케 오고.”

어쩌면 취미라기보다는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할 수도 있겠다. 늙어서 쓰러지면 자식들이 힘들어질 테니, 보험 드는 마음으로 산행을 하는 것이다. 어느새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침마다 아내와 함께 하는 산행이 장사에 바쁘던 예전에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삶의 여유와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장사 잘 될 때는 손님하고 싸워서, 싸우는 게 아니라 그냥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그러니까 좋은 걸 몰랐어요. 솔직히 손님이 많아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그랬는데 이젠 즐겁고 그런 거는 요즘 와서. 왜 그러냐면 솔직히 말해 돈은 쪼달리고 그렇지만도 아빠하고 둘이서 산에도 가고. 내가 첫째는 내 마음이 가벼워지고 내 마음을 다 비우고.”

봉씨는 아내의 이런 말을 새삼 마음에 새겼다. 작년까지만 해도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둘 사이에는 트러블이 많이 생겼었다. 지나가는 까마귀도 들어와서 먹고 가라고 할만큼 낙천적인 자신의 성격과 당장 생활을 챙겨야 하는 아내의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에 다니면서 서로가 마음을 접어줄 수 있을만큼 여유가 생겼다. 부부는 나이 60 즈음에 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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