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충청남도 아산시 영인면 신운2리에 있는 열녀 경주배씨의 조선 말기 정려.

[개설]

열녀 경주배씨의 남편은 진양하씨 하충수(河忠秀)로 당진 면천에서 살았다. 남편 하충수가 1874년(고종 11)에 병으로 위독해지자 경주배씨는 손가락을 베어 피를 먹여 회생시켰으나 마침내 4월 14일 세상을 떠났다. 식음을 전폐하고 슬퍼하던 경주배씨는 장사를 치르기 전날 독약을 마시고 자결하니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였다. 한편 후손들의 전언에 의하면 경주배씨가 남편 하충수의 장례를 모두 치른 후 식음을 전폐하여 27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열녀 경주배씨 정려는 1890년(고종 27)에 명정(命旌)을 받아 이듬해인 1891년(고종 28)에 건립되었지만 명정을 받는 과정은 1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본래 정려의 명정을 위해 당진 면천의 김흥서와 서기서 등 27인이 연명하여 경주배씨의 행적을 적어 관아에 올렸다. 그러나 이후 3년간 암행어사를 비롯하여 7차례에 걸쳐 열녀 표창을 상언하였음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사이 하충수의 집안은 아산 운정리로 이거하게 되었다. 이후 아산현에서도 유생 유병순 외 12인이 암행어사와 현감에게 열녀 경주배씨의 포상을 계속해서 건의하였으나 여전히 실효를 거두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1890년 3월 10일 하수인의 사노 복득이 정려에 관한 원정문을 가지고 한양에 올라가 고종의 어가 행렬에 꽹과리를 치며 격쟁(擊錚)을 하였다. 이에 고종이 연유를 묻고는 마침내 정려를 내렸다. 예조에서는 아산현감으로 하여금 정려 건립에 필요한 목수와 경비, 재목 일체를 담당하게 하고 후손에게는 세금과 잡부금의 징수를 면하게 하였다. 그 이듬해인 1891년 3월 21일 정려의 상량식을 거행하였다.

[위치]

열녀 경주배씨 정려는 아산시 영인면 신운2리 292-4번지에 있다. 영인면 아산리의 영인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영인로78번길을 따라 북서쪽으로 1㎞ 정도 가면 아산 제1교차로를 만난다. 국도 39호선[아산로]으로 올라가서 안중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다시 1㎞를 직진하면 신운교차로에 도착하게 되는데, 우회전한 뒤 영인로로 들어서서 백석포 방향으로 300여m 직진하면 오른편으로 신운리 구루물마을 초입에 들어서게 된다. 열녀 경주배씨 정려는 마을 진입로 100여m 지점의 왼쪽 언덕에 있다.

[형태]

열녀 경주배씨 정려는 정면과 측면 모두 1칸으로 시멘트 기단 위에 얇은 초석을 놓은 다음 그 위에 팔각의 장초석을 세우고 둥근 기둥을 올렸다. 벽면은 정면을 홍살로 처리하되 좌우 장초석 중간에 홈을 내어 하방을 설치하고 그 아래는 돌을 섞어 벽체를 만들었다. 양 측면은 장초석 높이에 하방을 두고, 위는 홍살을 설치하고 아래는 벽을 조성하였으며 후면은 모두 벽으로 만들었다. 가구는 익공 양식이며 겹처마의 팔작지붕을 얹었다.

정려 내부에는 "열녀경주배씨지려 당우경인 명정(烈女慶州裵氏之閭 堂宇庚寅命旌)"이라 쓴 명정 현판이 걸려 있다. 『진양하씨대동보』에는 강건(姜健)이 찬한 정려기가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현재는 찾아볼 수 없다.

[현황]

열녀 경주배씨 정려가 있는 영인면 신운리 구루물마을 진양하씨 후손 집안에는 최근까지 열녀 경주배씨의 포상과 명정과 관련된 고문서 20여 점을 소장하고 있었는데 약 10여 년 전에 관리상의 부주의로 유실되고 말았다.

[의의와 평가]

정려는 보통 문중을 중심으로 요청하여 건립하는것이 일반적인데 열녀 경주배씨 정려의 경우는 하수인의 사노가 격쟁을 하여 명정을 받은 것으로 정려의 포장 사례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벽체 구성도 일반적인 정려각과는 다소 다른 특징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