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충청남도 아산시의 각 가정에서 베푸는 종교적 의례.

[개설]

가정신앙은 충청남도 아산시의 각 가정에서 집안의 운수를 관장하고,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가신(家神)이 있다고 믿고, 정기적으로 또는 특별한 상황에서 가신에게 신앙의례를 베풀던 의례이다. 현재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특히 1960년대에 활발했던 종교 의례이다.

[가신의 종류]

충청남도 아산시의 각 가정에서는 1960년대까지 다양한 가신을 모셨다. 집안의 주인인 성주(城主)는 안택을 할 때에 새로 신체를 갈아 모신다. 성주는 대청마루 대들보 위에 모신다. 아산시의 가신으로는 크게 삼신, 조왕, 칠성, 문간대감과 측대감이 있다.

성주는 집안의 주인인 대주(大主)를 돌보는 신령이며, 삼신은 아이를 점지하고 양육하는 신령이다. 부엌에서는 집안의 여자 어른으로 간주되는 주왕[조왕]을 모시며, 장독대의 터주는 집을 지키는 신령이자 집의 임자이며, 집을 돌보는 신령이다. 칠성은 명(命)과 복(福)을 주는 신령으로 특별히 칠성과 인연이 닿는 식구를 위해서만 모신다. 모든 것이 들고나는 대문에는 문간대감을, 변소에는 무서운 성격의 측대감을 모시는데, 변소에서 쓰러지면 죽는다고 하듯이 측대감의 성격은 독하다. 매우 드문 일이지만 집안의 조상 중 혼인하지 못한 처녀나 원혼 중에 집안에 좌정하려는 혼령이 있으면 무당이 터주 옆에 왕신단지로 모신다.

[가신의 형태]

1. 아이를 점지하고 돌보는 삼신과 집안을 총괄하는 여성신 조왕

삼신(三神)은 아이를 태워주고 길러주는 신령으로, 성씨별로 한 분이 계시다고 믿는다. 성씨(姓氏)를 매개로 대를 이어온다고 믿기에, 같은 성씨라면 동일한 삼신의 보호를 받지만, 성씨가 다르다면 그 삼신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고부간에 같은 달에 같은 처마 아래 집에서 아이를 낳아도 동일한 삼신의 보호를 받아 두 아이 모두 무탈하다. 성씨가 다른 아이를 낳는 며느리와 시누이는 각기 다른 삼신의 보호를 받아야 하므로 같은 처마 아래에서는 출산할 수 없으며, 시누이는 시가로 돌아간 후라야 삼신을 모실 수 있다.

부엌에 모시는 조왕을 아산시에서는 ‘주왕’이라 칭한다. 주왕은 집안의 여자 어른으로 간주한다. 주왕의 성품이 깨끗하므로 부엌은 늘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 만약 더럽다면 우환이 끊이지 않는다.

2. 집의 임자이자 집의 수호자인 터주와 아이를 점지하는 칠성

터주는 집터를 눌러주어 안정시켜야 집안이 안정된다고 여겨 성주보다 중시된다. 집 뒤꼍의 장독대에 모시는데, 단지 안에 나락을 담아 신체(神體)로 삼는다. 단지의 크기는 집집마다 다르지만 보통 쌀로 다섯 되 내지 한 말 정도를 담는다. 터주단지의 쌀은 가을 추수 후에 햅쌀로 갈아 넣는다.

아이의 명과 복을 주는 칠성(七星)은 특별한 경우에만 모신다. 딸만을 낳았거나 아이를 여러 차례 유산하는 등 자손을 두기 어려운 경우에 별도로 자손을 얻고자 하는 집에서만 모신다. 칠성께 정성을 드린 후 아이를 낳았다면 그 아이의 수명장수를 위해 아이를 바위나 절에 판다. 아이를 판 바위라 하여 그 바위를 ‘판바위’라고 부른다.

3. 문간에서 집을 수호하는 문간대감, 변소의 측대감

무당을 불러 안택을 할 때, 마당에서 대감을 놀려야 한다면 곳간 문을 열고 곳간 안의 모든 것을 마당에 내어놓고 굿을 한다. 대감이 푸짐한 것을 좋아하므로 이렇게 한다. 반면에 대문은 모든 것이 오가는 곳으로 ‘문감대감’이 그곳을 지킨다. 문간에는 시루떡, 불밝이쌀, 과일, 술 등을 올리는데 술만큼은 큰 그릇에 가득 담아 올린다. 문간대감에게 절을 한 후 문 주위에 술을 붓고, 떡도 조금 떼어 놓는다.

변소는 집안으로 객귀가 범접하는 것을 방지하는 곳으로, ‘측대감’이 있다. 과거에는 똥독에 빠지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했으나 분뇨로 농사를 지어야 했기에 중시했다. 가을떡이나 안택 등의 정성을 드릴 때에 떡을 떼어 변소 앞에 놓는다. ‘변소에서 한 번 넘어지면 채독[똥독]이 올라 3년 나기 어렵다’라고 하므로 안전하기를 바라며 떡을 놓는 것이다.

[가정신앙의 원인]

충청남도 아산시에서는 가신에게 명절, 절일, 속절 등의 특별한 날에 정기적으로 의례를 베푼다. 가신들이 집안에 임재하면 식구들은 안정을 보장받지만, 신령이 탈을 부리거나 집을 떠나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집안의 안정을 보장받기 위해 해마다 가신(家神)에게 정기적이고 일상적으로 의례를 베풀다. 식구가 갑자기 아프면 비일상적이지만 다양하게 구병(救病)의례를 베풀기도 한다. 1960년대 이후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가옥 구조가 달라지고, 의료업 발달 등으로 더이상 집에서 아이를 낳지 않게 되었고, 질병의 원인을 귀신에서 구하던 전통적인 관념이 바뀌면서 가정신앙도 쇠퇴했다. 아산시 지역민들에게 가장 기본적이고 절실한 가정 내의 문제를 담당하던 가정신앙에는 지역민의 삶의 모습과 종교적 욕구가 잘 드러난다.

아산시에서 이루어진 가정신앙으로는 한 해를 단위로 베푸는 가정의례, 농사와 관련한 가정의례, 질병 치료와 부정 예방을 위한 가정의례가 있다.

[가정신앙의 특징 - 한 해를 단위로 베푸는 가정의례]

해마다 설과 추석에는 조상께 차례를 올리는데, 이때 먼저 성주상을 올린다. 인근 지역에서는 성주를 비롯해 터주, 주왕 등의 가신에도 제물을 올리지만 아산시에서는 성주에만 올린다. 정초(正初)에는 식구들의 일 년 신수를 보아 길일을 택해 운수가 나쁜 식구를 위해 홍수[橫數]맥이를 한다. 홍수는 맨발로 다니므로 짚신을 놓아두면 신발이 좋아 이것을 신고 서둘러 물러나므로 반드시 신발을 놓는다.

정월 초엿샛날에는 물이 흐르는 곳에서 자손들의 편안을 위해 요왕[龍王]을 정성껏 위한다. 백설기, 술, 과일, 청수 등을 제물로 마련하는데, 백설기 대신 밥, 미역국 등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미역국은 여신(女神)인 동시에 수신(水神)인 용왕을 위해 올린다. 집안의 어른인 터주에 먼저 제물을 올리고 비손을 한 후 집 밖으로 나가 요왕을 위한다. 치성을 마친 후에는 제물을 조금씩 떼어서 물에 던지고 돌아온다. 정월 열나흗날에 오곡밥과 나물을 바가지에 조금씩 담아서 대문 바깥으로 나가서 사방으로 흩뿌린다. 잡귀 잡신을 풀어먹이는 것으로, 그 이튿날에는 쌀밥으로 보름밥을 지어 먹는다.

일부 가정에서는 만사가 태평하고 자손이 잘되고 집안에 우환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천제(天祭)를 지낸다. 마당 중앙에 짚을 깔고 큰 그릇에 청수를 떠 놓는다. 떡은 정갈하게 백설기로 찐다. 만물은 밤에는 자고, 인시(寅時)[새벽 3~5시]에 일어난다고 여겨 만물이 잠든 인시 이전의 새벽에 치성을 드린다.

칠성은 정월과 칠월의 닭날[酉日]과 원숭이날[申日]이나 초사흗날이나 초엿샛날에 위한다. 백설기, 밥, 청수 등을 제물로 준비하는데, 떡을 찔 때는 임신부나 부정한 사람의 출입을 막는다. 칠성을 위할 때는 물이 담긴 바가지에 소금·고춧가루·재 등을 넣어 부뚜막 아래에 놓고 부정풀이를 한다. 부엌을 빙 두른 후 대문 밖으로 나가 빈터에 버린 후 당산[장독대]에 짚을 깔고 제물을 올린다. 초와 향을 각기 7개씩을 켜 놓고, 동서남북을 돌며 천신에게 올리는 삼배를 한다. 그런 후에 북두칠성을 위해 7번을 절을 하고, 칠성소지도 한 장 올린다.

1년 내내 귀신은 삼살 방위에 막혀 돌아다니지 못하지만, 절기상 동지(冬至)에는 막힌 곳 없이 다 열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팥죽을 쑤어 집 주변에 뿌려 이들의 접근을 막는 것이다. 붉은색의 팥죽을 보면 두려워 귀신이 도망하므로 우환을 예방하고자 한다. 팥죽을 쑤어 집 주변을 돌며 숟가락으로 떠서 뿌리고, 집 안으로 들어와 주왕, 뒤란의 터주, 성주께 팥죽을 한 그릇씩 떠올리지만 칠성에는 부정하다 하여 올리지 않는다.

[가정신앙의 특징 - 농사와 관련한 가정의례]

모내기 철에 처음 모밥을 내갈 때는 주왕에 밥과 물을 각기 한 그릇씩 올린다. 모내기를 하는 중요한 날이므로 인간이 먹기 이전에 신령께 먼저 잡수라고 떠 놓는 것이다. 주왕에게 바친 밥은 모밥을 내다 준 후 가족들이 먹는다.

추수를 마친 후 10월에는 집안의 가신을 위해 가을떡을 마련한다. 절기상 동지 안에 치성을 드린다. 쌀가루와 삶은 팥을 켜켜로 넣고, 맨 위에는 하얀 쌀가루만을 조금 얹어서 찐다. 흰쌀가루는 손님떡, 제석떡, 복떡이라 하며 아이들 공부 잘하라고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타작을 해서 첫 벼가 나면 1년 농사를 잘 짓도록 도와주신 집안의 신령에게 감사한 마음에서 햇밥을 지어 천신(薦新)한다. 주왕에게 먼저 밥과 청수를 각기 한 그릇씩 올리고, 이어 장독대의 가장 큰 장독 위에 동일하게 마련해 올린다. 그런 후 방안의 성주께도 제물을 올리는데, 성주께 올렸던 물은 재수 있다고 식구들이 나누어 마신다. 장독대에 올린 물은 장독대에 붓고, 주왕에 올린 물은 부뚜막에 붓는다.

[가정신앙의 특징 - 질병 치료 및 부정 예방을 위한 가정의례]

질환을 치료할 방법이 별반 없던 시절에 질병이 발생하면 의례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오한(惡寒)을 하며 앓는데, 그 증상이 하루는 앓고 그다음 날은 덜하면 하루 걸러 아프다고 하여 그 질병을 ‘하루걸이’라고 명명한다. 하루걸이를 앓는 이가 있다면 왼새끼를 꼬아 환자의 목에 두르고 변소로 데리고 가서 변소 앞에서 "사돈 사돈 사돈 환갑이라고 하여 개 한 마리를 가져왔으니 잡아서 잔치하시오!"라고 소리한다. 그런 후 환자에게 침을 세 번 뱉으라고 한 후 집 안으로 들인다.

식구 중 이유 없이 아프면 잡신이 붙어서 그렇다고 하여 푸레박질로 잡귀를 물리친다. 쌀 한 주먹과 김치를 넣고 장국을 끓여서 바가지에 담아 환자 앞에 놓고 "배가 고파서 따라 들어왔으면 거룩하게 실컷 먹고 물러가라!"라고 외친다. 그런 후 바가지에 환자의 머리카락을 조금씩 세 번 뜯어 넣고 침도 세 번 뱉게 한 후 대문 밖으로 가지고 나가 버린다.

인간의 삶의 고비와 관련한 의례로는 삼신 받기, 삼신 위하기, 수양부모 삼기 등으로 주로 출산과 관련 깊다. 혼인 후 일정 기간이 지났는데도 아이가 없다면 삼신을 받는다. 무당을 불러 샘이나 냇물에 나가 용궁삼신을 받거나 좋은 명산에 올라가 산 치성을 드리는데, 인근의 계룡산이 영험하다고 하며, 열 번의 치성을 드려야 효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이의 명이 짧다면 수양부모를 삼아 주거나 아이를 판다. 수양자와 궁합을 보아 운이 닿는 사람으로 선정해 부모로 삼는다. 부모를 삼을 때는 수양자가 부모 삼을 사람에게 옷을 지어 주고, 부모는 수양자에게 돈이라도 조금 건넨다. 이렇게 관계를 맺으면 친부모와 자식처럼 생각하며, 명절이나 생신에 찾아가 인사한다. 수양부모가 돌아가면 친부모와 마찬가지로 상주 노릇을 한다.

환갑에 삼재(三災)가 들어 잔치를 하지 못하게 되면 변소제사로 대신한다. 잔치는 못하더라도 생일상은 마련한다. 준비한 음식을 조금씩이라도 모두 큰 접시에 담아 변소 앞에 놓고 절을 한다.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에 운명이 결정된다고 여긴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피를 발랐다면 살(煞)이 세다고 하며, 이런 아이는 살인을 할 운을 타고났다고 하여 살풀이를 해준다. 혼기가 되었는데도 혼인을 하지 못하는 총각과 처녀도 살이 끼었다고 하여 살풀이를 한다. 아이가 목에 태를 두르고 태어났다면 ‘중[僧]의 삼신’이라 하여 절에 가서 치성을 드린다. 삼재가 들면 3년 동안 운이 좋지 않다고 하여 삼재풀이를 한다. 삼재든 사람의 생일에 절에 가서 삼재부적을 받아다 집안에 붙인다.

새집은 성주운이 닿는 사람이 집 안에 있을 때에만 지을 수 있다. 성주운이 닿은 사람이 식구 중에 없다면 이웃집 남자의 운으로 집을 짓는다. 대들보를 올릴 때에 상량문에 운이 닿은 사람의 생년을 적어 넣는다. 그런 후 그 사람이 상량을 할 때 첫 잔을 올리고, 새집에 처음 입주해서 성주께 시루떡을 올리고 술도 먼저 올린다. 차를 구입하면 사고를 방지하고자 차 고사를 지낸다. 시루떡, 북어, 실, 불밝이쌀, 술 등을 마련해서 차 앞에 놓고, 차바퀴 앞에는 달걀을 한 개씩 놓고 고사를 지낸다. 차주가 절을 하면 주부는 "좁은 길은 넓혀주고, 굽은 길은 펴주고 환하게 잘 보이게 해 달라"고 빈다. 그런 후 올렸던 술을 들고 차 주위를 돌면서 붓고, 차를 움직여 바퀴 앞에 놓였던 달걀을 깨뜨린다. 달걀을 깬 것은 미리 사고를 방지하려는 방법이다. 상에 올렸던 북어는 차에 매달아 준다.

[생활 민속적 의미]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인 가정에서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기본 생활이 이루어진다. 자녀의 출산, 건강한 양육, 가정의 화목과 평안, 질병의 극복 등의 생활상의 문제는 생활 근거지인 집 안 곳곳에 임재한 신령의 돌보심으로 안정을 되찾고,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이들 가신들은 가정을 이루는 기본적인 욕구와 소망을 대변하는 존재로, 작은 정성을 통해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