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서울특별시 도봉 지역 여성의 권리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사회 운동.

[개설]

대한민국의 여성운동은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구국 운동이나 독립운동과 같은 애국 운동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1927년에 설립된 근우회가 최초의 여성 단체라고 할 수 있는데, 1931년 경 해체되었다. 그 후 1959년에 한국 여성 단체 협의회가 발족되었다. 1960년대 들어 시작된 가족법 개정 운동은 1970년대에 접어들며 범여성운동으로 확산되어 여성운동의 주류를 이루었다. 1980년대에는 직장 내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와 맞물려 성폭력 문제가 대두되었고,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자녀 양육 문제, 공보육 문제, 가정 내 평등 문제 등이 제기되었다.

1980년대 후반 여성 민우회, 한국 여성의 전화 연합 등 자생적 집단의 조직화가 이루어졌으며, 각 단위별 연대성이 강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1987년 한국 여성 단체 연합이 창립되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여성운동은 여러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가족법 개정 운동이 1990년에 국회에서 통과된 것을 비롯하여, 1992년에 UN 인권 소위원회에 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였다. 특히 1995년 지방 자치 단체 선거에서는 여성 인재의 정계 진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서 여성의 권익 증진 차원을 넘어 사회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이르게 되었다. 마침내 2000년에 여성부가 출범하였고, 2005년에 관련 법률 개정을 거쳐 2008년에는 호주제가 폐지되었다.

[여성운동과 여성 민우회]

1980년대 중반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여성 지식인을 중심으로 여성 평우회가 결성되었고, 1987년 조직을 개편하여 현재의 여성 민우회가 창립되었다. 여성 민우회의 활동은 창립 초기 민주화 운동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여성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였다. 여성 민우회는 성폭력 피해 상담, 생활 협동조합, 여성 권익 신장과 관련된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는데, 호주제 폐지 운동은 성공한 제도 개혁 사례로 평가할 수 있으며, 2012년 3월에 발간된 『2012 성 평등 복지 국가 전략 보고서』는 민우회의 역량이 집결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여성 민우회에서 가장 먼저 창립된 지역 민우회가 ‘서울 동북 여성 민우회’이다. 1992년 창립 당시 91명의 회원이 참여하여 노원, 도봉 지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창립 초기 활동이 활발하지는 않았으나, 쌍문역 인근에 마련한 사무실에 입주한 이후 지역 사정과 주부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면담과 지역 조사를 실시하면서 구체적 사업 목표와 방향을 설정할 수 있게 되었고, 이후 한국의 지역 여성운동에서 가장 주목받는 활동과 역할을 보이게 되었다.

[운동의 내용]

1. 1990년대

서울특별시 도봉 지역의 여성운동의 중심 역할을 했던 ‘서울 동북 여성 민우회’의 주요 사업은 생활 협동조합 운동, 교육 사업, 환경 운동, 지방 자치 운동 등 4개 분야로 요약할 수 있다. 생활 협동조합 운동은 조직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데, 1999년 생협 매장의 개장을 기점으로 지역 여성의 참여 기회를 확충하는 한편, 여성 단체의 사회 운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자리 잡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였다. 1992년부터 시작된 민우 여성 학교는 주부의 사회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사회 교육과 취미 교양 강좌를 주요 교육 내용으로 삼고 있는데, 사회 참여 의식의 고양은 물론이고 다양한 교육 욕구를 충족하게 하는 프로그램의 개발로 인해 홍보 효과와 더불어 재정 확보의 효과를 아울러 거두게 되었다.

1992년 서울특별시 노원구에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서게 되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을 계기로 환경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소각장 인근 지역 주민들과 함께 소각장의 문제점 토론, 한국 쓰레기 정책 관련 토론, 쓰레기 재활용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교육 등을 활발하게 전개하였다. 이 과정에서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운동이 시작되었고 노원구 아파트 2만여 세대가 참여한 가운데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환경 단체, 부녀회, 개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2000년에는 초안산 골프 연습장 건설 반대 시민 대책 위원회를 꾸려 격렬하게 대응함으로써, 이를 백지화하고 생태 공원이 들어서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1993년 지방 의회 방청 활동을 시작으로 지방 자치 단체와 지방 의회의 운영에 적극적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되었다. ‘지역 살림’이 제대로 꾸려지는지에 대한 꾸준한 감시 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이를 기록으로 남겨 3년간의 방청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하였다. 바람직한 주민 자치 센터 운영 모델 제시에 지속적 관심을 갖고 노력하여 주민 한마당, 음악회, 여성 영화 상영, 어린이 영화 상영, 벼룩시장 개소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도봉구 여성 관련 조례, 여성 발전 기본 모범 조례안 및 보육 조례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또한 소극적 참여에 그치지 않고 여성 대표를 지방 의회에 참여하게 한다는 취지로 선거에 참여하였다. 1995년 4명, 1998년 2명, 2002년에 1명이 지방 의회에 진출하기에 이르렀다.

2. 2000년대

2002년 이후 여성운동의 특징은 공동체 문화 관련 활동 강화와 지방 정치 참여의 심화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서울 동북 여성 민우회를 예로 들자면, 풍물패를 통해 지역 행사 개최, 십시일반 모임을 통한 저소득층 간식 지원, 여성 학교 운영을 통한 회원 간 소통 및 문화 활동 확대 등 공동체 문화의 발전을 위한 사업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2005년에 개소된 서울 동북 여성 민우회 생협, 2006년의 완경 카페, 2007년의 되살림 장터, 2008년의 결혼 이주 여성과 함께 하는 풍물 교실은 그 구체적 사례와 성과이다.

여성운동 관련 인물의 지방 의회 진출 이후 여성운동에서 정치와 관련된 분야의 활동은 한층 활발해졌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 자치 사업과 관련된 정책·예산 모니터 활동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졌다. 2007년 지방 자치 단체 의원 의정비 인상 반대 주민 감사 청구 및 반환 주민 소송을 제기한 것이나, 2008년 공공시설 모니터 활동을 실시한 것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감시나 모니터 활동에 그치지 않고, 좀 더 적극적으로 의정 활동에 참여를 시도하는 것이 현재 여성운동의 현안이라고 보인다. 가령 성별 영향 평가, 성인지 정책 예산을 분석하여 2013년 이후 전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정책 감시와 정책 제안이 상호 연계되어 입체화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평가 및 향후 전망]

지역 여성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참여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수의 지식인들이 이슈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보다는 지역 여성들이 현실적 삶과 연계된 문제에 적극적인 참여를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특별시 도봉구에서 민우회 활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여성운동의 사례는 지역 여성운동이 무엇에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적용해야 하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서울 동북 여성 민우회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의 주인으로서의 여성’에 대한 각성이 중요하다는 점, 인간-남성-중앙 중심의 기존 질서의 무비판적 수용을 거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양성의 평등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며, 지역이 존중받는 사회를 열망하고 나아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과 비전을 제시하는 데에서 지역 여성운동이 나아갈 바를 정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