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영화산업의 중심지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4800015
한자 新映畵産業-中心地
분야 문화·교육/문화·예술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서울특별시 강남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양숙

[정의]

영화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한 서울특별시 강남구 일대를 일컫는 말.

[개설]

충무로가 영화산업의 본거지가 된 것은 1950년대 말 ‘서라벌 영화사’라는 영화제작사가 충무로에 자리를 잡으면서였다. 1960년대에 들어 명동에 자리하고 있던 몇 개의 제작사가 임대료 상승으로 충무로로 이주하면서 상영관, 촬영, 현상, 음향, 조명 등 관련업체가 모이게 되었고 충무로는 그 이후 영화산업을 상징하는 명칭이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충무로의 상징성은 점차 빛을 잃게 되었다. 서울의 강남구와 서초구를 중심으로 영화제작사와 영화 인력이 몰려 영화의 ‘강남시대’가 열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되었다. 영화제작사 중 대략 70%에 해당하는 업체가 강남구와 서초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영화산업의 붐을 타고 신설되는 업체 대부분이 이 주변으로 집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1990년대 말 등장한 멀티플렉스는 영화소비층이 강남 지역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새로운 영화산업의 중심지로 강남 지역이 부상한 이유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영화의 부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화제작사는 모두 서울에?]

한국 영화산업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서울에의 집중도는 대략 2배 이상 증가하여 서울과 수도권을 포함하면 그 비중은 대략 80%에 이른다. 이처럼 서울과 수도권으로 영화산업이 집중되면서 이 지역으로 새로 진입하는 영화제작사들은 강남 지역인 신사동, 압구정동, 청담동, 논현동, 역삼동, 서초동, 양재동 등으로 모이게 되었다. 이들은 대개 강남대로의 벤처 빌딩 또는 포이동의 영상, 디지털 산업 집적지에 입지하였다.

[충무로와 강남지역의 차이는 무엇일까]

강남 지역과 충무로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영화제작인력이나 생산업체와의 문제로 인해 강남 지역으로 영화제작사가 몰리는 것은 아니다. 영화제작은 여러 기능이 결합된 단기간의 프로젝트 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팀의 구성은 영화계의 인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영화제작사의 지리적 위치와는 큰 상관이 없다. 영화의 기획이나 제작 작업이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활동에 큰 제약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제작사 간에도 비공식적 네트워크는 중요하지만 핵심적인 정보나 아이디어에 대해 철저히 보안을 지키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제작사 간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강남 지역에 집결되었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강남 지역이 갖는 장점은 무엇일까? 우선 충무로와 달리 강남 지역에서는 투자, 금융자본을 조달하기 쉽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벤처산업의 붐으로 촉발되어 강남 지역에 집중된 창업투자사의 존재는 영화제작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자본과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것이 유리한 이유는 투자유치의 특성상 다수의 공식, 비공식 만남과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강남 지역이 갖는 편의시설과 정보취득의 용이함을 들 수 있다. 강남은 대한민국 최고의 소비 중심지로 영화의 잠재적 관객인 소비자들이 집적되어 있는 장소이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욕망을 읽어내고 이것을 적절하게 영화에 담아내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와 같은 작업에 적합한 곳이 바로 강남 지역이다. 소비 지향적 성향이 강한 강남 지역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시설과 소비재를 접하기에 유리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수많은 편의공간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영화제작사의 인력은 프로젝트를 단위로 매우 유연하게 이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인력의 유연한 이동과 정보교환을 위한 비공식적 네트워크가 필요하게 된다. 현재 강남에 위치한 영화사는 대략 500개이며, CJ엔터데인먼트, 쇼박스 등 주요 투자, 배급사도 모두 강남구와 서초구에 자리 잡고 있다. 강남 기반 영화사들은 대기업, 투자사 등과 인접해 있으며 편집 작업실도 대부분 강남에 위치하고 있다.

[영화산업의 구조개편과 멀티플렉스의 등장]

초기 충무로 영화산업의 발전은 영화관을 소유한 극장주와 그 주변의 제작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다 1990년대 소위 ‘헐리웃키드’가 영화제작에 뛰어들면서 차별화된 소재와 새로운 제작방식을 추구하게 되었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상징성 있는 새로운 장소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강남은 첨단유행과 자본, 그리고 아이디어와 발전의 잠재력을 상징하는 곳으로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영화제작자들을 끌어들이게 되었다.

또한 영화의 생산과 유통이 과거와 달리 제작과 배급, 상영단계를 수직적으로 결합한 대규모 영화사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한류의 확산과 영상매체수요의 증가로 영화산업이 막대한 수입을 낳게 되자 1990년을 전후하여 대기업들이 대거 영화산업에 진출하게 되었다. 주로 강남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이들 대기업은 영화의 제작을 효율적으로 추진함은 물론 자사소유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통해 영화를 안정적으로 배급함으로써 일정한 흥행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생산-유통구조를 확립하였다. 이렇게 확보된 흥행수익은 다시 영화산업에 재투자되어 영화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 최초의 멀티플렉스는 1998년 강변역 CGV이다. 이후 2000년 강남구 삼성역메가박스가 등장하면서 멀티플렉스의 성격은 크게 변하였다. 처음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선 곳은 대체로 근처에 극장이 없었던 강변이나 강남 지역이었다. 종로와 충무로, 명동에 위치한 오래된 극장들과 달리 멀티플렉스는 호텔처럼 깨끗한 시설과 차별화된 서비스, 온라인을 통한 용이한 접근성, 쇼핑, 오락, 편의시설을 갖춘 복합적인 기능 등을 무기로 단순히 영화 관람의 공간이 아닌 새로운 문화공간이 되었다. 또한 영화 관람의 편의성을 위해 고안된 다양한 기술[음향, 좌석배치 등]이 집적됨으로써 관객들을 효과적으로 동원할 수 있게 되었다.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영화 관람객이 서울의 구도심인 종로, 충무로에서 강남 지역으로 이동, 집중되었고 이에 따라 강남 지역에는 더 많은 멀티플렉스가 건설되었다. 멀티플렉스의 의미는 단순히 관람객의 이동에 그치지 않는다.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영화 스크린 수가 증가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개별영화의 유통기한이 짧아져 영화 제작 편수가 늘어나는 효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결국 멀티플렉스는 영화 관람문화의 변화만이 아니라 영화시장을 키움으로써 영화산업을 활성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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