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조선 전기에 송순이 면앙정의 주변 승경을 읊은 한글 가사.

[개설]

면앙정(俛仰亭)은 송순(宋純)[1493~1582]이 1533년 잠시 벼슬을 버리고 고향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왔을 때 지은 정자이다. 세상을 굽어보고 우러러 하늘을 쳐다본다는 뜻으로 면앙(俛仰)이라 이름을 붙이고, 많은 문인과 교유하면서 「면앙정단가(俛仰亭短歌)」, 「면앙정삼십영(俛仰亭三十詠)」, 「면앙정잡가(俛仰亭雜歌)」등 다양한 문학작품을 남겼다. 그중 「면앙정가(俛仰亭歌)」는 한글 가사로 이루어진 문학작품으로, 한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면앙정가」는 「면앙정장가(俛仰亭長歌)」, 「무등곡(無等曲)」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면앙정가」와 「무등곡」을 다른 작품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면앙집』 7권 「면앙정잡록」에 이안눌(李安訥)[1571~1637]이 쓴 「차면앙정운(次俛仰亭韻)」의 시주(詩注)에 "무등곡은 면앙정장가이다[無等曲, 卽俛仰亭長歌也]"라고 되어 있어 같은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구성]

「면앙정가」는 2음보 1구로 전체 145구이며, 3·4조, 4·4조, 3·3조, 4·2조, 3·5조 등으로 다양한 음수율로 구성되어있다. 필사본 『잡가(雜歌)』에 국문 가사가 전하며, 송순의 문집인 『면앙집(俛仰集)』에는 한역가만 실려 있다.

[내용]

「면앙정가」의 내용은 총 6단으로 나눌 수 있다. 제1단은 서사(序詞)로, 동쪽에서 무등산의 한줄기가 뻗어와 면앙정이 있는 제월봉을 만들었다는 것을 표현하였다. 제2단은 칠곡(七曲)의 기묘한 풍광과 정자 앞에 펼쳐진 긴 개울과 넓은 평야 등 면앙정 주변의 수려한 경치를 노래하였다. 제3단은 추월산(秋月山)에서 시작하여 용구산(龍龜山)·몽선산(夢仙山)·불대산(佛臺山) 등 여러 산봉우리가 이루는 장관과 함께 천암만학(千巖萬壑)을 집 삼아 떠다니는 흰 구름과 안개 노을의 한가로운 모습 등 면앙정에서 보이는 풍경을 그렸다. 제4단은 봄철에 들려오는 푸른 버들 숲속 꾀꼬리 울음 소리, 여름철 백척난간에 불어오는 바람과 긴 낮잠, 가을이면 온 산을 물들이는 단풍과 흥겨운 어부의 피리 소리, 겨울철 눈얼음으로 꾸며진 경궁요대(瓊宮瑤臺)와 옥해은산(玉海銀山) 등 사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표현하고 있다. 제5단은 취흥자득(醉興自得)의 흥취, 즉 거문고를 타고 시를 읊으며 취흥을 즐기는 풍류가 신선과 같음을 묘사하였다. 제6단은 결사로 강산풍월(江山風月)을 거느리며 자적하는 삶이 악양루(岳陽樓) 위의 이백(李白)이 부럽지 않다고 하면서 모두 임금의 은혜라고 노래하였다.

[특징]

「면앙정가」의 창작 시기에 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대체로 송순이 41세 때 관직에서 물러나 전라남도 담양에서 기거하며 면앙정을 지었던 3~4년 동안으로 추정한다. 반면 송순의 만년인 77세 이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하는 견해 또한 있다.

[의의와 평가]

「면앙정가」는 면앙정 주변의 환상적인 자연 경관을 대상으로 한 작품으로, 뛰어난 묘사와 격조 높은 풍류미를 선보이는 조선 전기 대표적인 가사이다. 이에 「면앙정가」는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峰類說)』을 비롯해 심수경(沈守慶)의 『견한잡록(遣閑雜錄)』, 홍만종(洪萬宗)의 『순오지(旬五志)』, 어숙권(魚叔權)의 『패관잡기(稗官雜記)』 등에서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정극인(丁克仁)의 「상춘곡(賞春曲)」과 함께 호남 가사문학의 원류일 뿐 아니라, 그 내용과 형식 등은 정철(鄭澈)의 「성산별곡(星山別曲)」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가사 문학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