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109069 |
---|---|
지역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장노현 |
집에 큰 불이 났었다. 하지만 백씨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고, 영등포 살던 때의 일이라고, 어른들이 일러주어서 알고 있을 뿐이다. 그 화재 때문에 그녀의 가족은 성남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 또한 전해들은 이야기일 뿐이다.
“그때 당시 월세방도 얻기 힘들었데요 영등포에. 근데 성남에 오니까 집 한 채 값이 되더래요. 월세 값도 안됐는데 그 돈이 성남에 오니까 집 한 채 값이 되더래요.”
그렇게 해서 백씨의 가족은 1978년 서울을 떠나 태평동에 자리를 잡았다. 태평동은 성남 개척 시 가장 먼저 개발된 지역 중 하나인데, 지대가 높고 지형의 기복이 심하다. 버스를 타려면 시청 앞까지 걸어야 했고, 택시도 잘 오지 않는 지역이었다.
화마로 재산을 잃고 옮겨온 터라 집안 형편이 좋을 리 없었다. 그런데도 집에는 텔레비전과 전축이 있었다. 이사할 때 같이 옮겨온 것인지, 아니면 그 후에 장만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그녀의 유년의 기억 속에는, 다리 달린 텔레비전과 레코드 판이 돌아갈 때 빨간 불이 켜지는 전축이 들어 있다. 주변의 다른 집에는 없는 특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