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9017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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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韓孝子-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전라북도 순창군 순창읍 |
집필자 | 박정미 |
수록|간행 시기/일시 | 2002년 12월 - 「한 효자와 지네」 『순창의 구전 설화』상에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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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지명 | 강천산 - 전라북도 순창군 순창읍 |
성격 | 효행 이적담|변신담|신이담 |
주요 등장 인물 | 한해오|한해오의 처|아버지|여인|호랑이 |
모티프 유형 | 하늘도 감동시킨 효자|한겨울에 잉어와 딸기 구득|삼 년 시묘와 감호 이적|지네의 인간되기 |
[정의]
전라북도 순창군 순창읍에서 효자 한해오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한 효자와 지네」는 순창의 실존 인물 한해오(韓海悟)의 효행에 관하여 전승되는 이야기로서, 한겨울에 잉어를 잡고 딸기를 구해 부모를 치병하고, 효자의 삼 년 시묘를 지킨 호랑이 등 여러 가지 신이한 일들이 효자를 도왔다는 효행 이적담이다. 「한 효자와 지네」에 나오는 기이한 일들이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확인할 수는 없으나 한 효자가 '출천지효자(出天之孝子)'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것은 효자와 관련하여 전해지는 많은 화소들이 모두 「한 효자와 지네」에 등장하는 것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여러 가지 기이한 일들은 한 효자의 효행을 더욱 지극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구전되어 내려오는 과정에서 덧붙여진 것으로 이해된다.
[채록/수집 상황]
2002년 12월 양상화가 엮어 순창 문화원에서 간행한 『순창의 구전 설화』상의 109~115쪽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
옛날 순창 고을에 한해오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 늙고 병든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봉양하였다. 그의 아내도 역시 효부였는데, 한해오 내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으며 지극정성을 다해 간병하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병세는 나날이 깊어만 갔다.
어느 추운 겨울날 아버지는 해오에게 물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였다. 강이나 시내는 모두 얼어붙어 물고기를 구할 방법이 없던 해오는 정성을 들여 하늘에 기도하였다. 그러자 갑자기 온 천지가 어두워지고 바람이 휘몰아치더니 장대 같은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순식간에 주변은 온통 물바다가 되었다. 이제 물은 해오의 집까지 밀려들어왔다. 그런데 밀려들어오는 물을 따라 커다란 잉어도 집으로 들어왔다. 해오는 기뻐하며 잉어를 잡아 아버지께 정성껏 대접해 드렸다. 사람들은 해오의 효심에 하늘이 감동하여 잉어를 내렸다고 칭송하였다. 그야말로 출천지효였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잉어는 군수에게 선물로 들어온 잉어였다. 이런 이유로 ‘군수의 잉어 효자’란 말이 전해지게 되었다.
또 얼마가 지나 아버지는 딸기가 먹고 싶다고 하였다. 엄동설한이어서 딸기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한 효자는 포기하지 않고 딸기를 구하러 이 산 저 산을 매일 헤매고 다녔다. 다음날도 한 효자는 딸기를 구하러 강천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한 여인이 홀연히 나타나 "딸기를 구하러 가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렇소이다."라고 대답하자, 여인은 "강천산 신선봉 꼭대기에 딸기가 아주 많더이다." 하였다. 이 말을 들은 한 효자는 더 이상 머뭇거릴 사이도 없이 한달음에 강천산 신선봉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딸기는 없었다.
해가 지고 어두움이 드리워지자 한 효자는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가 말씀하시기를 "딸기를 보내 주어서 정말 잘 먹었다."라고 하셨다. 영문을 모르는 한 효자는 "무슨 딸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어떤 여인이 네가 딸기를 보냈다고 하면서 딸기를 가져왔더구나." 하였다. 그러면서 먹다 남은 딸기를 보여 주었다.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밖으로 나온 한 효자는 마당에 서 있는 여인을 보았다. 아까 낮에 만났던 바로 그 여인이었다. 여자는 공손히 인사하고는 집안일을 도울 것이니 여기서 살게 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아버지에게 귀한 딸기를 구해다 준 은혜를 생각하니 거절할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한 효자는 여인의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 그러자 여인은 "이제부터 집안일은 제가 다 할 터이니 염려하지 마시고 아버지 병구완에만 전념하십시오. 대신 한 가지만 약속하여 주십시오. 삼 년 동안 제가 거처하는 방을 일체 보지도 말고, 제가 하는 일에 간섭하지도 말아 주십시오." 하였다.
여인의 덕으로 한 효자는 집안 살림을 걱정하지 않고 오직 아버지의 병구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아버지 병구완에만 힘쓰니 아버지의 병세는 차츰 호전되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한 효자는 밖에 나갔다가 우연히 여인의 거처에서 상서로운 밝은 빛이 서리는 것을 보고 궁금하여 여인의 방을 훔쳐보게 되었다. 그런데 방안에 여인은 없고 커다란 지네가 벽에 붙어 있었으며, 그곳에서 풍기는 독기로 온 방안이 환하였다. 그때서야 한 효자는 여인이 부탁했던 말을 떠올리고 후회하였으나 이미 때는 늦어 버렸다.
다음날 아침 여인은 아침상을 올리고는 말하였다. "한 효자님 덕으로 인도환생해볼까 하였는데 하루를 남겨 놓고 한 효자가 들여다보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저는 천 년이 된 지네로 삼 년만 무사히 넘기면 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기에 한 효자님 집에서 머무른 것인데, 이제 저의 추한 모습을 보셨으니 더 이상 머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한 효자는 떠나려는 여인을 만류하면서 그 연유를 물었다. 여인은 "저는 천상에 살고 있었는데 죄를 지어 지네의 몸으로 인간 세계에 왔습니다. 천상에서 지은 죄 때문에 하늘에서 벌하려고 하는데 출천지효자인 한 효자의 집에는 천벌인 벼락이 내리지 않을 것을 알고 한 효자님 집에 머물렀던 것입니다. 그러나 하루를 못 넘기고 저의 추한 모습을 보셨으니 이젠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였다. 여인은 강천사 쪽으로 떠났는데 여인이 산어귀에 들어서자 하늘에서 청천벽력이 쳤다. 지네는 벼락을 피하여 바위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결국 그 자리에서 벼락을 맞아 죽었다. 이때 벼락을 맞은 바위가 두 쪽으로 쪼개졌다.
한 효자의 효성이 그토록 지극하였으나 결국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한 효자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팔덕면 광암리 산 173번지에 있는 아버지의 묘 앞에서 시묘살이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밤이 되면 매일같이 호랑이가 시묘살이를 하는 한 효자 옆에 나타나서 같이 밤을 새우고는 새벽에 떠났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늘 나타나던 호랑이가 나타나지를 않았다. 한 효자는 이상하게 여겨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그날은 순창 장날이어서 한 효자가 시묘살이를 하는 길옆으로 장꾼들이 지나가며 이상한 말을 하였다. 간밤에 우물에 호랑이가 빠졌다는 말이었다. 한 효자가 행인을 붙잡고 자세히 물어보니 사실이었다.
한 효자는 급히 우물이 있는 마을로 달려갔다. 과연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가 빠진 우물에 대문짝을 덮어 놓고 그 위에 큰 돌을 올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이 호랑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서로 분분한 의견을 내었다. 한 효자는 "이 호랑이는 내 것이니 제발 호랑이를 살려 달라."고 애원하였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를 살려 주면 후환이 닥칠 것이니 살려 둘 수 없다며 이미 포수를 오라고 해서 죽이기로 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한 효자는 포기하지 않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였다. 결국 마을 사람들을 모두 집안으로 들어가도록 한 뒤 한 효자는 혼자 우물을 덮었던 대문짝을 열고 호랑이를 구해 주었다. 그러자 호랑이는 한 효자를 등에 태우고 바람같이 내달려 한 효자가 시묘살이를 하는 곳까지 태우고 갔다. 미천한 동물인 호랑이까지도 한 효자의 효심에 감동한 것이었다.
[모티프 분석]
「한 효자와 지네」의 주요 모티프는 '하늘도 감동시킨 효자', '한겨울에 잉어와 딸기 구득', '삼 년 시묘와 감호 이적', '지네의 인간되기' 등이다. 효는 조선조 사회에서 요구되었던 윤리 덕목의 하나이다. 특히 부모가 가난, 질병에 시달리거나 심각한 고민에 싸여 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자식은 지성을 다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신의 몸을 희생해야 하는 것이 효자로서의 할 일이다.
「한 효자와 지네」는 한해오 효행의 지극함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하여 효자와 관련된 모티프들을 계속 추가한 것으로 짐작되는 효행 설화이다. 특히 하루를 남겨 두고 인간으로 변신하지 못한 ‘지네의 인간되기’ 모티프도 결국은 아무리 큰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한 효자의 집에 있으면 하늘도 벼락을 내리지 못한다는 점을 드러내어 한 효자의 효행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