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9018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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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頭無沼龍-龍骨山-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전라북도 순창군 동계면 |
집필자 | 박정미 |
[정의]
전라북도 순창군 동계면에서 적성강의 두무소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두무소 용과 용골산 지네」는 승천하지 못한 두무소(頭無沼)의 이무기와 용골산[2009년 용궐산으로 개칭. 이하 용궐산으로 표기함]의 지네가 천 년에 한 번 오는 승천의 기회를 잡기 위하여 싸우는데, 어여쁜 여인으로 변한 지네가 홀아비 정씨와 부부의 연을 맺은 후 정씨의 도움을 얻고자 하였으나 정씨가 겁을 먹어 끝내 지네를 돕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지네는 죽고 이무기는 승천하였다는 신이담이다.
[채록/수집 상황]
2002년 12월 양상화가 엮어 순창 문화원에서 간행한 『순창의 구전 설화』상의 206~207쪽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
동계면에 있는 용궐산은 호남정맥의 끝자락인 원통산이 서남쪽으로 뻗어 내린 지맥의 끝에 솟아오른 산이다. 이 산의 끝자락으로 흐르는 강이 섬진강의 상류인 적성강이다. 용궐산 밑에 있는 마을은 외룡과 내룡인데, 강가에 있는 마을은 장군목이라 불렀다. 수량이 풍부한 적성강에는 소를 이루는 곳이 여러 곳이었는데 풍광이 아름다워 많은 풍류객들이 드나들었고, 그 중에 두무소라는 곳이 있었다. 두무소는 산수를 바라보면서 풍수사 두사춘이 춤을 추었다고 해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소에는 용이 되어 승천하기만을 바라는 이무기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용궐산에는 이무기처럼 승천하기만을 바라는 지네가 살고 있었는데, 이들은 천 년에 한 번 오는 기회인 승천의 기회를 얻고자 그 시기만을 기다리며 살고 있었다. 이무기이든 지네든 서로 싸워 승리해야만 용이 되어 승천할 수 있는 숙명을 가지고 있었다. 천 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네가 이무기를 이기는 일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였다.
장군목에 사는 정씨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용궐산에서 산나물을 채취하거나 나무를 하여 장에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하루는 정씨가 용궐산에서 나무를 해 지게에 지고 내려오는데 앞에 어여쁜 여인이 걸어가고 있었다. ‘누구이기에 저토록 예쁠까?’ 하면서 정씨는 잰걸음으로 다가갔으나 도대체 여인과의 거리를 좁힐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려왔는데, 어느덧 정씨의 집 앞이었다. 정씨가 집 앞에 당도하니 그 여인이 대문 앞에 서 있었다. 여인은 “혼자 지내는 몸입니다. 같이 살기를 허락해 주시면 감읍할 따름입니다.” 하였다. 이토록 예쁜 여인이 같이 살기를 원하는데 이렇게 기쁜 일이 어디 또 있겠는가 싶어 정씨는 그 여인을 받아들여 부부로 살게 되었다.
정씨는 여전히 용궐산에서 산채와 나무를 구해 시장에 내다 팔아서 돈을 벌었고, 여인은 그 돈으로 살림을 도맡아 했다. 정씨가 벌어다 주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여인은 늘 고기반찬에 쌀밥을 지어 주었다. 정씨는 이런 아내가 항상 고맙기만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3년이란 시간이 지났는데, 어느 날 정씨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벌어다 주는 돈은 적은데 아내가 어떻게 늘 좋은 음식을 장만해 주는지 궁금해진 것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용궐산에 나무를 하러 간다고 하고는 되돌아와서 몰래 아내의 거동을 살폈다. 아내는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생선과 쌀을 가지고 와서 저녁 준비를 하였다. 준비를 다 끝낸 후에 아내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한참이 지나도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궁금했던 정씨는 급기야 문에 구멍을 뚫고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방안을 들여다보던 정씨는 깜짝 놀랐다. 아내는 간 곳이 없고 방안에 꽉 찬 빨간 지네가 요동을 치고 있었다. 아내는 본래 용궐산에 살던 지네였던 것이다. 지네는 이무기와 싸울 날이 며칠 남지 않았기에 이무기를 이기기 위해 결투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모습이 정씨의 눈에 발각되었던 것이다.
잠시 후 문을 열고 나온 여인은 “서방님이 제 추한 모습을 보았으니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저는 용궐산에 사는 천 년 묵은 지네입니다. 그런데 두무소에 살고 있는 이무기와 싸워 이겨야 여의주를 가지고 승천할 수 있습니다. 이 기회는 천 년에 한 번씩 있는데 그날이 며칠 남지 않았으니 서방님이 도와주십시오. 서방님이 저를 도와 승천할 수 있게 해 주시면 제가 서방님을 만석꾼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내일 장날이니 대장간에 가서 긴 칼을 세 개 만들어 오십시오.” 하였다. 정씨는 여인의 말대로 다음날 칼 세 자루를 만들어 가지고 왔다.
그날 밤 여인은 정씨에게 “다음 달 초삼일 두무소 이무기와 정오에 결투를 할 것입니다. 서방님은 두무소 바위 위에 서 있다가 제가 이무기를 몰아붙여서 서방님이 계신 바위로 몰 것이니, 그때 이무기의 하얀 배가 보이면 이 칼로 이무기의 배를 찌르십시오. 그러면 제가 이겨서 승천할 수 있습니다. 세 번의 기회를 만들어 드리겠으니 꼭 이무기를 무찔러 주십시오. 만약 서방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나도 죽고, 내룡 마을 사람은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어느덧 약속한 날이 왔고, 신신당부를 한 여인은 간 곳이 없었다. 정씨가 약속된 시간에 두무소 바위 위에 갔더니 과연 소의 물이 요동을 치면서 이무기와 지네가 결투를 하고 있었다. 얼마 후 바위 쪽으로 이무기의 하얀 배가 보였으나 정씨는 겁이 나서 칼을 댈 수가 없었다. 두 번째는 이무기의 배를 찔러 만석 거부가 되고자 하였으나 역시 겁을 먹어 칼을 대지 못하였다. 잠시 뒤 “서방님, 이번이 세 번째 기회입니다. 마지막입니다.” 하는 여인의 목소리와 함께 이무기의 하얀 배가 정씨 앞으로 밀려왔으나 마지막에도 정씨는 칼을 대지 못하였다. 그러자 “서방님!” 하는 여인의 목소리와 함께 두무소의 물결은 지네의 피로 빨갛게 물들었다. 여의주를 갖게 된 이무기가 승천하면서 요동치는 물결에 내룡리는 물바다가 되어 마을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무기가 살았던 때에는 두무소에서 고기를 잡을 수도 없었고 사람들이 범접할 수도 없었는데, 이무기가 승천한 후로는 고기도 잡고 사람들이 모여 풍류를 즐길 수도 있게 되었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두무소 용과 용골산 지네」의 주요 모티프는 ‘이무기와 지네의 다툼’, ‘이무기의 승천’, ‘지네의 승천 실패’ 등이다. 이무기와 지네의 다툼 및 승천과 관련된 전설은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데, 대개 지네는 이무기의 승천을 막는 방해자로 등장한다. 「두무소 용과 용골산 지네」는 이무기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지네가 사람의 힘을 빌려 이무기를 이기고자 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네의 승천 실패담이다. 결국 지네는 죽음을 맞이하는데, 지네의 죽음은 곧 마을의 소멸을 의미했다. 지네를 돕지 못한 인간에 대한 지네의 복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