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7600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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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言語方言 |
영어공식명칭 | Language·Dialect |
영어의미역 | Language·Dialect |
영어공식명칭 | Language·Dialect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전라남도 순천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한지현 |
[정의]
전라남도 순천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 체계.
[개설]
하나의 언어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여러 ‘방언’으로 구성되고 그 각각은 서로 대등한 자격을 갖는다. ‘방언’은 ‘그 자체로 독립된 체계를 가지고 있는 한 언어의 변종(變種)’으로서 표준어와 상관없이 지역 또는 계층에 따라 분화된 말의 체계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각 방언 사이에는 음운, 문법, 어휘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방언은 분류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자연적 요인으로 형성되는 ‘지역 방언’은 지리적으로 분화한 것이어서 비교적 뚜렷한 경계를 그을 수가 있다. 다음으로 사회·문화적 요인에 의해 형성되는 ‘사회 방언’은 계층이나 직업 등에 따라 말에 차이가 나는 것으로 서로 중복되기도 하고 혼합되어 사용되기도 하여 그 경계가 모호하다. 또, 언어 요소를 기준으로 할 때 ‘성조 방언’과 ‘음장 방언’이 있다. 운소(韻素)로서 ‘성조’를 가진 방언을 ‘성조 방언’, ‘음장’을 가진 방언을 ‘음장 방언’, 성조도 음장도 가지지 않은 방언을 ‘무성조·무음장 방언’이라 한다. 순천지역어가 속하는 서남 방언은 ‘음장 방언’에 해당하는데, 40대 이하의 젊은 층에서는 ‘음장’이 단어의 뜻을 구별하는 기능을 이미 잃었거나 잃어가고 있다.
[전남 방언 구획과 순천지역어]
어떤 언어가 사용되는 지역사회를 방언 체계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방언학적 방법론을 ‘방언 구획’이라 하는데, 이는 방언을 이용하여 지역을 분할하는 것이다. ‘지역 방언’은 그 규모에 따라 대방언, 중방언, 소방언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방언은 두 도(道) 이상을 포함하는 방언이며 중방언은 한 도(道)의 방언이고 소방언은 두 군(郡) 이상을 포함하는 방언이다.
순천 지역은 대방언으로는 전라남도·전라북도를 포함하는 ‘서남 방언’, 중방언으로는 ‘전남 방언’에 속하여 전라남도 방언의 일반적인 특징과 많은 부분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전라남도 동부 지역에 치우쳐 있는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전남 방언’과 ‘경남 방언’이 혼재된 모습을 보인다. 경상남도와 이웃하고 있는 전라남도 구례군·광양시·여수시와 인접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가까운 ‘경남 방언’과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6개 대방언 가운데 ‘서남 방언’에 속하면서 ‘서남 방언’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전남 방언’은 서울말과 대비했을 때 기초어휘의 잔존율이 낮다. 그만큼 ‘전남 방언’ 특유의 음운, 형태, 통어 등이 존재한다. 이러한 ‘전남 방언’을 대상으로 한 ‘방언 구획’은 이돈주[1979]와 이기갑[1986]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순천은 두 논의에서 중요한 차이를 보이는 지역이다.
먼저, 이돈주[1979]는 음운론 및 형태론적 연구를 바탕으로 ‘전남 방언’을 세 개로 구획하였다.
(1) 〈광산, 담양, 곡성, 화순, 나주, 장성, 함평, 영광, 무안〉을 포함하는 방언
(2) 〈보성, 장흥, 강진, 해남, 영암, 완도, 진도, 흑산도〉를 포함하는 방언
(3) 〈구례, 광양, 여천, 승주[순천], 고흥〉을 포함하는 방언
반면에, 이기갑[1986]은 음운[‘에: 애’의 대립], 어휘[엿기름, 시렁, 가위, 부추 등], 어법[존대 서술 및 ‘하게체’ 명령어미]에 대한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하여 ‘전남 방언’을 네 개로 구획하였다. 먼저 ‘동부 방언’과 ‘서부 방언’으로 대별한 후 각각을 ‘북부 방언’과 ‘남부 방언’으로 재분류하였다.
(1) 동부 방언
① 북부 방언 - 구례, 광양, 여천, 승주[순천] 동부, 곡성 동부
② 남부 방언 - 고흥, 승주[순천] 서부, 보성 동부
(2) 서부 방언
① 북부 방언 - 영광, 함평, 장성, 담양, 광산, 나주, 화순, 곡성 서부
② 남부 방언 - 무안, 영암, 신안, 진도, 완도, 해남, 강진, 보성 서부
‘서부 방언’은 무안을 제외하고는 이돈주[1979]의 (1), (2) 분류와 일치한다. ‘동부 방언’은 이돈주[1979]의 논의 가운데 대체로 (3)에 해당하는 지역을 북부와 남부로 나눈 것인데 그 주요 경계가 순천이다.
두 논의의 방언 구획 설정에서 차이가 나는 지역은 곡성군, 보성군, 순천시이다. 이돈주[1979]는 각각을 하나의 소방언 안에 두어 행정 구역과 방언 구획을 일치시켰으나, 이기갑[1986]은 각 군을 동부와 서부로 분리하였다. 전라남도 곡성군의 동부와 순천시의 동부를 포함한 그 동쪽을 ‘동부 북부’로, 순천시의 서부부터 전라남도 보성군의 동부까지를 하나로 묶어 ‘동부 남부’로 구획하였다. 즉 순천 지역을 동부와 서부로 나눔으로써 ‘전남 방언’ 동부를 북부와 남부로 분할하고 있다.
[순천 방언의 특징]
방언 구획이 순천을 관통한다는 것은 순천지역어에 두 개의 방언이 뒤섞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천 지역에서 청자대우법[말하는 이가 일정한 종결 어미를 선택해 자신과 이야기하고 있는 상대방을 높이는 문법적 방법]으로 ‘-요’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경남 방언’과 뒤섞여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이를 통해 순천지역어는 지리적 조건에 의해 ‘전남 방언’과 ‘경남 방언’이 혼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고, 지역 방언이 나뉘는 경계에 있는 곳은 행정구역과 일치하기보다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 지역의 말과 닮는다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순천지역어에서는 ‘전남 방언’이 보이는 일반적인 특징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다. 먼저 문법적인 면에서는 청자대우법으로 ‘-요’를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남 방언’과 거의 같다. 그런데 음운적으로는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첫째, 대부분의 ‘전남 방언’에서는 ‘ㅔ’와 ‘ㅐ’가 한 소리로 합쳐져 9모음 체계를 보이는 단모음이 순천의 동부 지역에서는 둘을 구별하여 사용하는 10모음 체계를 보이고, 서부 지역에서는 둘이 합류된 9모음 체계를 보인다. 하나의 지역인 순천지역어 내부에서 단모음 체계를 달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둘째, 모음의 길이가 말뜻을 구별하는 음장에 있어서 ‘전남 방언’의 서부 지역과 다르다. ‘전남 방언’에서는 어두 첫소리가 짧은 경우에 제2음절이 높게 나타나는데, 순천지역어에서는 이 경우에도 높은 소리가 실현되는 예가 발견된다. 이와 함께 억양에서도 전남 서부 지역과 차이를 보이는데,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경남 방언’과의 접촉을 생각해볼 수 있다.
셋째, 표기법상 어중에서 3자음이 나타날 때, ‘전남 방언’에서는 표준어와 같은 방식인 두 자음 중 하나를 탈락시키거나 앞쪽 음절의 사이 또는 뒤에 ‘ㅡ/ㅜ’를 넣는 특별한 방법을 동원하여 어중 3자음 연속을 해소한다. 그런데 순천지역어에서는 전남 서부 지역에서 사용하는 특이한 형태가 발견되지 않는다.
넷째, ‘짜바서(짜다)’의 경우, ㅂ불규칙 활용에서 표준말에 나타나지 않는 ‘ㅂ’이 활용할 때 탈락되지 않는 특이함을 보인다.
다섯째, 한 어휘 내에서 움라우트가 일어나고 조사 ‘-이’, 명사·부사 형성 접미사 ‘-이’, 지정사 ‘-이다’가 연결될 때에 모음역행동화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도 순천지역어의 음운적인 주요 특징이다.
[순천지역의 방언의식]
자신이 사용하는 방언이든, 타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언이든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방언에 대해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느낌을 ‘방언의식’이라고 한다. 순천 방언과 관련하여 『승주군사』는 ‘이 고장 언어의 특질을 한마디로 집약시킬 수는 없으나, 비교적 전남지방 내에서도 억양이 부드럽고, 서울말에 접근한 편이다. 이 고장과 가까운 광양·고흥·여수·구례만 하여도 억양이 좀 특이하나, 인성도 그러하듯 언어도 또한 순후한 편’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기갑은 『전라남도의 언어지리』에서 표준말 ‘마르다’에 대하여 전라남도 대부분 지역에서는 ‘몰르다’와 ‘야비다’를 함께 사용하고 있지만, 순천에서는 표준말에 대응하는 ‘몰르다’만 쓰고 있는 점 등 몇 어휘의 비교를 통해 구 승주 지역[순천]의 언어에서 유다른 반촌의식(班村意識)이 엿보인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순천 사람들은 가까운 주변의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표준말과 비슷하다는 방언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과제와 전망]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언어 자산인 방언이 산업화와 근대화를 거치며 빠르게 사라지고 있고, 표준어의 강세는 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순천 지역의 방언도 이를 피해갈 수 없어서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가까운 시일 안에 거의 사라질 것이 예상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인 방언이 사라진다는 것은 인류의 지혜와 경험을 사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대단히 큰 손실이다. 비록 현실 사용어로 되살리기는 어렵더라도 방언을 언어자료로써 조사하고 보존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전남 방언’의 특징에 더해 지리적 요인에 의한 독특함도 지닌 순천 지역의 방언을 조사하고 이를 보존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