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1930년경 전라남도 순천시 상사면 출신 이영민이 창작한 가창가사.

[작가 소개]

이영민(李榮珉)의 초명은 희수(熙守), 호는 취산(醉山)·벽소(碧笑)이며, 현 순천시 상사면 출신이다. 김광렬에게 수학하였으며, 한학과 서예를 배웠고, 한성사범학교를 졸업하였다. 일제강점기인 1906년 순천에 야학을 개설하여 후학을 교육하였고, 1910년 박승휘와 함께 순천남학당[현 순천남초등학교] 교원으로 재직하였다. 1917년 중국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하였다. 1919년 귀국 후 순천 지역에서 청년회 활동 및 농민운동을 활발히 전개하다 옥고를 치렀고, 『동아일보』 기자로도 활동하였다. 또한 우석(友石) 김종익(金鍾翊)[1886~1937]과 판소리 창자를 비롯한 예술가들을 후원하였다. 저술로 130여 수가 수록된 『벽소시고(碧笑詩稿)』가 있다. 『벽소시고』에는 부록으로 『청구악부초(靑邱樂府抄)』가 실려 있다. 여기에는 판소리 「춘향가」의 내용을 장편 한시로 만든 「옥중화가(獄中花歌)」 및 「근대국악계인물(近代國樂界人物)」조에 송만갑(宋萬甲)·이동백(李東伯) 등 41인의 판소리 명창을 소개하는 한시가 수록되어 있다.

[구성]

「순천가」는 1930년 경 전라남도 순천의 산천·명승·유물·유적지 등 40여 곳을 소개하고 있다. 「순천가」는 크게 4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장대에서부터 구만리까지 이르는 여정에서 본 동천 주변의 풍광과 지명을 형상화하였다. 둘째, 향림사로부터 순천읍성 남문루인 연자루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이다. 셋째, 순천읍성 외곽으로 현 순천만 인근 앵무산 아래의 용두포에서 낙안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이다. 넷째, 낙안에서 조계산의 선암사와 송광사에 이르는 여정이다.

[내용]

순천의 산천, 인명과 지명, 명승·고적 등을 노래하고 있다. 순서대로 나열하면 장대(長臺, 章坮), 죽도봉(竹島峰), 동천(東川), 환선정(喚仙亭), 동천(東川)의 지당(池塘), 이수(二水), 삼산(三山), 삼각봉(三角峰), 구만리(九萬里), 용당(龍堂), 향림사(香林寺), 비봉산(飛鳳山), 난봉산(鸞鳳山), 박난봉 고적(朴蘭鳳古蹟), 임청대(臨淸臺), 퇴계 선생 필적, 한훤당(寒暄堂), 옥천서원(玉川書院), 연자루(燕子樓), 반구정(伴鷗亭), 팔마비(八馬碑), 손억(孫億), 호호(好好), 용두포(龍頭浦), 신성포(新城浦), 충무공사(忠武公詞), 이순신(李舜臣)·정운(鄭運)·송희립(宋希立) 장군 영정, 별량(別良), 첨산(尖山), 송천사(松川祠), 김대인(金大仁) 사적, 도선암(道詵菴), 안동(雁洞), 승평8문장의 정시관, 오봉산(五峰山), 불재, 낙안(樂安), 임경업(林慶業) 장군 사당, 백이산(伯夷山), 금강암(金剛庵), 관성대제영정(關聖大帝影幀), 조계산(曹溪山), 선암사(仙巖寺), 승선교(昇仙橋), 굴미기, 송광사(松廣寺), 국사전(國師殿), 육관정(六觀亭), 천자암(天子庵), 쌍향수(雙香樹) 등이다.

[특징]

「순천가」는 형식적으로 4음보 율격의 연속체 율문이다. 일종의 가창가사로, 판소리에 앞서 목을 푸는 용도로 불리던 ‘허두가’의 형식이다. 오기석이 중모리[진양조 다음으로 느린 판소리 장단]로 곡을 붙였고, 뒤에 박향산[박정례] 명창이 1965년 전후에 중모리와 진양조[가장 느린 판소리 장단]·자진모리[휘모리 장단보다 좀 느린 장단]로 만들었다.

[의의와 평가]

「순천가」는 단순히 순천의 사적과 역사를 소개하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제강점기 이영민의 현실 인식을 비롯하여 항일의식 고취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