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7601303 |
---|---|
한자 | 感受性-革命家 金承鈺-故鄕霧津-紀行 |
영어공식명칭 | A Sensitive Revolutionist, We want to travel his hometown |
영어음역 | A Sensitive Revolutionist, We want to travel his hometown |
영어공식명칭 | A Sensitive Revolutionist, We want to travel his hometown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전라남도 순천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정미경 |
[정의]
전라남도 순천 출신으로 196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 김승옥.
[개설]
김승옥은 고향 순천의 바다와 항구를 배경으로 하는 단편 『무진기행』을 통해 특유의 감수성을 표출하였다.
[감수성의 혁명가, 김승옥]
김승옥(金承鈺)은 한국 현대소설을 대변하는 문학가 중의 한 사람이자 전라남도 순천시를 대표하는 소설가이다. 김승옥은 1941년 12월 23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태어났다. 1945년 해방이 되던 해에 순천에 정착하여 순천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였다.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나던 해 대학에 입학, 4.19세대로 지칭된다.
김승옥은 1962년 단편 「생명연습」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같은 해인 1962년 김현, 서정인, 최하림, 염무웅, 강호무, 김치수, 곽광수 등과 더불어 동인지 『산문시대』를 창간하였다. ‘우리 앞에 끝없이 펼쳐진 길을 우리는 이제 아무런 장비도 없이 출발한다’라는 젊은 작가들의 패기에 찬 선언은 새로운 감수성의 문학이 바야흐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 새로운 감수성을 가장 잘 보여준 작가가 김승옥이었다. 김승옥은 이 해에 「환상수첩」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창작에 나섰다. 이후 파괴된 이전의 역사를 당대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하여 쓴 탁월한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다고 평가받는다. 1965년에는 단편 「서울, 1964년 겨울」로 제10회 동인문학상을, 1977년에는 중편 「서울의 달빛 0장」으로 문학사상사에서 제정한 제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승옥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터지자 동아일보에 연재 중이던 장편 『먼지의 방』을 중단하고 신군부의 검열에 항의해 절필하였다. 이듬해인 1981년 종교의 계시를 받고 2001년 성결대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김승옥은 1999년부터 세종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했으나 뇌졸중으로 쓰러져 2004년 2월 사임했다. 2012년에는 대한민국 예술원상을 받았다. 전라남도 순천시의 순천문학관 내에 김승옥관이 있으며, KBS순천방송국 주관으로 김승옥문학상이 제정되었다.
1966년 창작집 『서울, 1964년 겨울』[창문사]을 시작으로 1976년 장편소설 『60년대식』[서음출판사], 1977년 장편소설 『강변부인』[한진출판사]을 출판하였다. 2004년에는 『김승옥 소설전집』[전5권]을 문학동네에서 발간했다.
한편, 김승옥은 1967년에서 1975년 사이 영화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였다. 김승옥의 예술적인 재능은 여러 방면에서 빛을 발했는데, 김승옥은 소설가이자 만화가였을 뿐 아니라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였다. 김동인의 「감자」를 각색, 감독하여 로카르노 영화제에 참가했고, 1968년에는 이어령의 장편 『장군의 수염』을 각색, 대종상 각본상을 받았다. 1970년대에는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어제 내린 비』, 『겨울여자』, 『여자들만 사는 거리』 등의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무진기행(霧津紀行)」은 순천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김승옥 문학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무진기행」은 김승옥이 서울대학교에서 불문학을 전공하던 4학년 때 쓴 것으로 1964년 10월 『사상계』에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작품은 주인공인 윤희중이 서울에서 고향 무진을 찾아와 머물다가 다시 떠나는 며칠간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또한 「무진기행」은 김수용 감독에 의해 1967년 「안개(Mist)」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김승옥이 각색과 주제가 작사를 맡았으며 영화배우 신성일과 윤정희가 주인공 ‘나’ 역과 하인숙 역을 맡아 연기했다. 「무진기행」과 「안개」는 키워드인 ‘안개’를 통해 60년대 한국사회의 무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자리매김된다.
[감수성의 정수, 「무진기행」]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무진으로 가는 버스’, ‘밤에 만난 사람들’, ‘바다로 뻗은 긴 방죽’, ‘당신은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다’라는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은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라는 이정비(里程碑)를 보았다.”로부터 시작된다. 무진은 안개, 밤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무진 10㎞’의 이정표 제시는 비일상적 세계와 그 안에서의 무책임에 대한 암시를 함축하고 있다. 작품 속 주인공은 ‘빽이 좋고 돈 많은 과부’인 아내를 만나 제약회사 상무까지 오른다. 아내는 남편을 전무로 승진시키기 전 무진에서 잠시 쉬고 올 것을 권유한다. 주인공은 무진에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하인숙을 만나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나’는 하인숙을 서울로 데려가겠다고 약속하지만, 이사회 참석이 필요하다는 아내의 전보를 받는다. 그는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혼자 상경한다. 이러한 판단은 무진의 명물 안개에 가려져 아무런 가책도 받지 않는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무진’은 지도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작가에 의해 탄생한 가상의 공간이자 상상의 공간이지만, 실제의 배경이 된 공간은 이미 작가가 밝혔듯이 전라남도 순천시이다. 작가는 순천과 순천만의 대대포 앞바다, 그리고 갯벌을 배경 삼아 작품을 썼다.
김승옥의 작품에서 작가가 ‘바다’와 ‘햇볕’을 서술할 때 그 문장들은 더욱 빛을 발한다. 실제 김승옥은 1996년 어떤 인터뷰에서 알베르 카뮈가 묘사한 지중해 알제리 바다와 햇빛에 대해 언급하면서, 순천이라는 도시의 햇빛과 남해 바다가 카뮈의 지중해 못지않다며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김승옥은 카뮈 이상으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특권이 순천 지역 작가들에게 주어져 있다고 역설했다.
김승옥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바다는 김승옥이 유년 시절과 소년 시절을 보냈던 여수 앞바다, 광양만, 순천만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특히 순천만은 「무진기행」의 무대가 되었다. 김승옥은 고향 순천의 풍광을 작품 속에 차용하고 있다. 「무진기행」에는 그러한 이미지들이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육지도 바다도 아닌 대대포의 갯벌과 그 갯벌을 가로질러 바다로 뻗은 긴 방죽, 전라남도 순천시 금곡동 154 일대의 골목과 흙담, 포플러 우거진 학교, 바다로 흘러가는 동천의 냇물과 다리들이다.
김승옥은 소설가 김훈과의 인터뷰에서 순천시 금곡동 154 일대의 골목에 대해 언급했다. 김승옥은 대학 4학년 때 결혼을 약속한 여자에게서 실연을 당했다. 이에 휴학하고 순천으로 내려와 금곡동 154 「골방에 처박혀」라는 작품을 썼다. 이때 ‘대대포의 망망한 갯벌에 내리쬐는 햇볕’과 더불어 ‘금곡동 골목 토담에 내리쬐는 대낮의 햇볕’을 통해 작품 속의 ‘안개’와 ‘수면제’를 만들어냈다.
이제는 구도심이 된 순천시 금곡동 154 일대의 흙담 골목길은 서문성터길 112로 주소명이 바뀌었으며 순천향교, 순천 문화의 거리와 인접해 있다. 거리는 대낮에도 인적이 끊어져 텅 비어 있으나, 여전히 길 위에 내리쬐는 햇볕이 한적함을 더한다. 김승옥은 소년 시절에 흙담에 내리쬐는 햇볕을 보며 ‘사람들이 지상에 세운 모든 것들이 햇볕에 의해 몽롱하게 풀리고 증발되어 허공을 흘러다니는’ 상상을 했고 그것이 작품에서 형상화되었다.
「무진기행」의 ‘바다로 뻗은 긴 방죽길’은 순천시 인안동의 대대포 앞 갯벌과 그 갯벌로 뻗은 방죽길이다. 순천 시내에서 자동차로 벌교 쪽을 향하여 달리면 순천만에 연해 있는 갯벌을 만난다. 이 갯벌 또한 「무진기행」을 쓰게 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김승옥은 이 방죽길에 대해 김훈과의 인터뷰 중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이 작품은 나의 생애 중에서 가장 슬픈 시절에 쓴 작품이다. 괴어서 썩어 가는 시간들과 천천히 바래어져 가는 삶의 모습,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내면으로 가는 길의 외로움, 마침내 도달한 내면에서 마주치는 또 다른 어두움, 그런 것들을 소설로 그려내고 싶었다. 그러므로 이 방죽길은 「무진기행」의 가장 중요한 현실적 배경이었다. 43년 전에 쓴 이 짧은 소설이 아직도 이야기 거리가 된다면 그것은 그 문장에 스며든 내 슬픔의 힘 때문일 것이다.”
김승옥은 신의 세계를 알고 난 뒤 ‘과연 소설로 써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고뇌와 함께 펜을 놓았다. 무엇을 써야 하느냐는 문제로 긴 시간 침묵 중이지만 「무진기행」의 감수성은 늘 빛을 발하고 있다. 이태동은 「무진기행」을 한국 소설문학사에서 혁명을 일으킨 미학적 감수성의 정수로 평했다. 또한, 신선한 언어와 낯선 이미지를 사용한 상징적인 배경, 속물적인 것의 유혹과 이에 대결하는 지적인 분노 등과 같은 소설적 질료가 유기적으로 잘 짜여 있다고 평하였다.
[「무진기행」과 영화 「안개」]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은 작가에게 ‘감수성의 혁명가’라는 평을 안긴 작품이다. 이 「무진기행」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안개」이다. 영화 「안개」는 배우 신성일과 윤정희가 주인공 ‘나’[영화 주인공은 윤기준]와 하인숙 역을 연기했다. 1967년 태창흥업주식회사에서 제작하였으며, 상영 시간은 95분이다. 감독은 김수용이며, 각색과 주제가 작사는 원작자인 김승옥이 맡았다. 주제가 「안개」는 이봉조가 작곡하고 정훈희가 노래했으며 지금까지도 불리고 있는 명곡이다.
서울 관객 13만 명을 동원했던 「안개」의 수상경력은 다음과 같다. 1967년 제6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감독상, 신인상[윤정희], 편집상[유재원]을, 1968년 제14회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제11회 부일영화상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제4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연기상[윤정희]을 각각 수상했다.
당시 김수용 감독은 김승옥이 각색한 시나리오가 문학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김승옥의 시나리오는 영화적 문법을 세련되게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김승옥은 영화에서 과거와 현재, 회상과 현실의 장면을 유연하게 교차시키고 있다. 영화 「안개」는 원작 소설이 독자들을 통해 김승옥의 대표작으로 각인되었듯, 김수용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소설 같은 영화 「안개」는 소설 속의 안개 이미지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줄거리 또한 소설을 따르고 있다. 주인공 윤기준은 제약회사의 딸을 아내로 두고 있다. 윤기준은 제약회사의 전무 자리를 앞두고 아내의 제안에 따라 휴식을 취하고자 고향인 무진을 찾는다. 안개가 명산물이라는 무진에 도착한 윤기준은 세무서장인 친구의 초대를 받아 간 집에서 하인숙을 만난다. 윤기준은 과거에 고향 무진에서 폐병을 앓고, 병역을 기피했던 전력이 있다. 서울에서 음악대학을 졸업한 하인숙은 윤기준에게 졸업연주회 때 「나비부인」 중 「어떤 개인 날」을 불렀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하인숙은 세무서 직원들의 술상을 두드리는 손가락 장단에 맞춰 「목포의 눈물」을 부른다. 무진의 여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하인숙은 윤기준에게 신세를 한탄하며 자신을 서울로 데려가 달라고 하소연한다. 그런 하인숙에게 윤기준은 연민을 느끼고, 두 사람은 무진에서 함께 하룻밤을 보낸다. 윤기준은 서울로 돌아오라는 아내의 연락을 받고, 아내와 하인숙과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윤기준은 결국 현실을 직시하고, 서울의 아내에게로 돌아간다.
“우리는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검은 풍경 속에서 냇물은 하얀 모습으로 뻗어 있었고 그 하얀 모습의 끝은 안개 속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논 곁을 지나고 있었다. 언젠가 여름밤, 멀고 가까운 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를, 마치 수많은 비단조개 껍데기를 한꺼번에 맞부빌 때 나는 듯한 소리를 듣고 있을 때 나는 그 개구리 울음소리들이 나의 감각 속에서 반짝이고 있는 수없이 많은 별들과 바뀌어져 있는 것을 느끼곤 했다.”
소설의 이 장면은 영화에서 윤기준과 하인숙이 걷는 장면에서 대사로 처리된다. 또한 윤기준이 과거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폐병을 앓았을 때 기거했던 집을 찾아가 “절망을 느끼는 사람으로부터 칼을 빼앗듯이 그 여자의 조바심을 빼앗아주었다. 그 여자는 처녀는 아니었다.” 하는 부분은 영화에서 정사 장면으로 등장한다. 정사를 치르고 집에서 나와 바닷가를 거닐고, 갯벌에서 정사를 치르는 장면, 그리고 방죽 위에서의 키스 장면 등은 소설에서 모두 순천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대부분 경기도 김포와 파주에서 촬영되었다. 영화의 배경이 된 무진의 소나무 숲 또한 서평택 항구 부근에서 찍었다고 한다. 따라서 순천의 옛 풍경을 만끽하고자 하는 관객에게는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 「안개」는 1974년 「황홀」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되었다. 김수용의 조감독이었던 조문진이 감독을 맡고 영화배우 윤정희와 남궁원이 남녀 주인공 역을 연기했다. 「황홀」의 각색 또한 원작자 김승옥이 담당하였다. 「황홀」은 순천 일대에서 올로케로 촬영되었기 때문에 당시의 순천 시내의 풍경은 물론 금곡동과 둑실마을, 조곡교[동천 다리]와 동천제방, 순천만 등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흥행을 목적으로 한 상업영화인만큼 남궁원과 윤정희의 파격적인 베드신 등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원작과 영화 「안개」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승옥과 순천문학관]
김승옥관은 순천문학관의 내부에 있으며, 전라남도 순천시 무진길 130에 있다. 순천문학관은 순천 출신인 김승옥과 정채봉의 문학 세계를 조명하는 문학관으로 2010년 10월 22일에 문을 열었다. 김승옥관을 포함하여 정원형 초가건물 9동으로 조성되었으며, 총 부지면적은 8,223㎡이다. 순천문학관은 주변 순천만과 조화를 이루어 관광 명소로도 자리 잡았다.
김승옥관은 2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승옥은 소설, 영화, 시나리오 작가, 연출자 등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 천재성을 발휘했다. 작가의 전시관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관은 김승옥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조명할 수 있는 육필원고, 저서, 소장도서 및 생활 유품, 영화 시나리오 테이프 등 300여 점의 자료들과 더불어 그가 걸어온 행보들이 사진과 함께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순천문학관에서 남쪽으로 1㎞ 정도 떨어진 곳에는 널따란 갯벌과 뱃길을 품고 있는 순천만 습지가 존재한다. 이른 새벽에 이곳을 찾는다면 ‘무진’의 명물인 물안개가 자아내는 그윽한 장관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