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라남도 여수시 중흥동 흥국사에 있는 조선 중기 닫집.

[개설]

닫집은 부처님이 계신 보궁(寶宮)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닫집의 유형은 운궁형(雲宮形), 보궁형(寶宮形), 보개형(寶蓋形)의 세 가지로 분류한다. 운궁형은 포작(包作)기법을 사용하지 않은 간결한 구조이다. 불상 위 천장에 구름무늬와 용, 봉황 등 길상 상징물들을 장식하여 화려함을 연출한다.

보궁형은 운궁형과는 달리 독립된 집 모양을 하고 있다. 단아하고 조촐함을 보이던 형태에서 화려하고 섬세한 구조로 발전하였다. 보개형은 지붕을 천장 속으로 밀어 넣은 형태이다. 천장을 파고 들어간 공간의 사면에 목조 건축에서 중요한 장식 요소인 포작이 섬세하게 결구되어 있다. 운궁 모양의 닫집은 여의주 무늬처럼 꾸민 구름의 운판만으로 구조한 것이다. 보궁형 닫집은 十자형 보궁의 전면만을 표현하는 것이 보통이며 화려한 것과 조촐한 것으로 구분된다. 보개형은 운궁형과 보궁형의 중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흥국사 대웅전은 창건 이후 1624년 계특대사에 의해 삼창된다. 「흥국사사적」에 의하며 1690년 통일대사 때 4창하였다. 이후 대웅전은 여러번의 개·보수를 거쳤다.

1624년 삼창은 “비좁아”서 였다고 하였다. 건물을 크게 늘렸다는 얘기다. 닫집도 기존 건물과 맞지 않으니 새로 만들었을 것이므로 1690년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할 것이다.

[형태]

흥국사 대웅전의 닫집은 우물정(丼) 자형의 우물천정으로 꾸몄으나 조촐한 편에 속한다. 흥국사 대웅전 닫집에 표현된 용(龍)은 벽사와 외호의 기능을 하는 용이다. 불상을 위쪽에서 장엄하고 있는 닫집의 용은 부처님 주변을 상서로운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의도로 장식된다.

흥국사 대웅전 닫집은 장방형 본체의 중앙에 작은 닫집을 덧붙인 “T”자형 닫집이다. 본체 속에는 오색구름에 싸인 세 마리 용이 정면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있다. 덧댄 작은 닫집 안에는 봉황 두 마리가 얼굴을 마주하여 날고 있다. 뒤로는 오색찬란한 상서로운 구름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기둥에는 당초문이 새겨진 낙양이 드리워져 있다. 다섯 기둥 아래쪽 끝에는 활짝 핀 연꽃이 조각되어 있다. 지붕은 이중 처마로 공포 부분에 앙서와 수서가 뚜렷하다. 도리 양쪽 끝에 모루단청이 올려져 있는 등 완벽한 권위건축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붉은색 계통이 주를 이루고 보라색과 녹색을 부분적으로 절제하여 사용하고 있다. 전체적인 구도에서는 대칭구도를 보여주고 있으나 완전 대칭이 아닌 구름문양과 각 요소의 변화를 통하여 딱딱하지 않다. 운판의 곡선을 변화의 요소로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평가와 의의]

우리나라는 보궁형 닫집은 일반화된 반면 운궁형은 그 수가 적다. 흥국사 닫집은 운궁형으로 그 희소성도 있다. 어떤 조형물에 성스러운 영감을 불어넣기 위하여 동원되는 보편적 방법은 그 위치를 높인다. 하늘과 가까이해서 황홀하고 섬세한 장식을 가하는 방법을 동원한다. 용, 봉황, 극락조, 연꽃, 오색구름 등 화려한 장식을 가한다. 신성하고 숭고한 천상세계인 불국정토 개념에 실재성을 부여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장식미술의 입장에서 본다면 불국정토를 장엄하고 환상적인 세계로 표현하려는 조형 의지의 발로이다.

천정 높은 곳에 위치한 닫집은 성인으로서 부처님이 뛰어난 지혜를 가진 거룩한 스승으로서 신비감을 간직했음을 보여준다. 부처님이 중생들과 다른 숭엄한 존재임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닫집은 궁궐의 전각 형태로 되어 있으면서도 집이라는 실용성을 초월한 고도의 상징성을 가진 장엄구로 존재한다.

흥국사 닫집은 목각 솜씨가 뛰어나고 화려하면서도 섬세하여 많은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흥국사 대웅전 닫집은 운궁형 닫집의 표준견본 같은 역할을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닫집 연구의 표본으로 삼는 만큼 그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