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8100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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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慶山-場市-傳統 市場 |
영어공식명칭 | Gyeongsan's Market and Traditional Market |
분야 |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상북도 경산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창언 |
[정의]
시대적 변화에 따라 기능과 의미의 변화를 겪고 있는 경산 지역 시장 이야기.
[개설]
우리나라에서 정기 시장은 15세기 후반부터 자생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생산력의 발달과 상품 경제의 성장을 배경으로 17세기 초에는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18세기경에는 오일장으로 뿌리를 내려 농어촌 지역의 주요 교역 장소로서 기능을 담당하였는데, 전통 시대에는 보통 장시(場市)라고 불렸다.
전통 사회에서 장시는 교역의 공간으로서만이 아니라, 정보의 교환, 오락과 유희의 장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 농어촌 지역의 사회·문화적 공간이었다. 그러나 근대 이후 산업 구조의 개편과 도시 성장에 수반하여 시장이 전문화·상설화됨에 따라 기존의 전통적 장시는 크게 위축되었다.
조선 시대 경산 지역을 구성한 경산현·자인현·하양현에도 수백 년 동 지역 사회에서 복합적 기능을 담당한 장시가 존재하였다. 장시의 전통은 현대 사회에도 계승되어 1960년 무렵에는 경산 지역 11개 읍면에 11개의 정기 시장과 4곳의 청과물 시장이 열렸다. 농촌 지역의 사회·문화적 공간으로 의미를 지녔던 경산 지역의 정기 시장은 최근 대형 할인점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현대식 교역 공간이 형성되면서 기능이 축소되고 있다. 그 결과 상설화된 경산공설시장 외에는 하양읍·자인면·압량읍·용성면에 각기 한 곳의 정기 시장만 남게 되었다. 상설화된 경산공설시장과 근래 현대화된 하양공설시장, 그리고 자인시장 정도가 그나마 정기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으며, 압량시장과 용성시장은 점포 수와 이용자가 크게 줄어 옛 정기 시장의 기능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경산 지역 정기 시장의 시기별 분포]
우리나라 정기 시장이 15세기 후반부터 서울과 중부 이남 지역에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을 고려할 때, 경산 지역에서도 16세기를 전후한 시기에 정기 시장이 형성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조선 후기 경산 지역에는 모두 네 곳에 정기 시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경산현에는 읍내장과 반망장(磻望場) 등 두 곳의 정기 시장이 있었으며, 하양현과 자인현에는 각기 읍내장 한 곳이 있었다. 경산현의 반망장은 반망월(磻望月) 지역을 가리키는데, 현재 대구광역시에 포함된 안심 지역에 소재하였다.
이보다 앞서 19세기 전반 경산 지역에는 경산현의 읍내장과 반야촌장, 하양현의 읍내장, 그리고 자인현의 읍내장과 송림장(松林場) 등 모두 다섯 곳의 정기 시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읍치마다 정기 시장이 소재한 가운데 경산현의 반망장과 자인현의 송림장은 읍치에의 접근성, 읍치의 위치 변동 및 인구 등의 요인에 의해 정기 시장이 개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망장은 금호강을 사이에 두고 경산현 읍치와 15리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였고, 대구에서 영천 경주 방면의 도로변에 소재하여 거주하는 지역민이 적지 않았다. 송림장도 한때 인접한 곳에 자인현의 읍치가 소재하였으며, 인구 요인 역시 정기 시장 형성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산 지역에 소재하였던 정기 시장은 인접한 시장과의 거리가 20리를 초과하지 않아 비교적 촘촘하게 장시가 분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경산 지역 세 개 현이 경산군으로 통합되었는데, 19세기 전반과 마찬가지로 모두 다섯 곳에 정기 시장이 있었다. 경산면 종로의 경산장[5·10일장], 안심면 율하동의 반야월장[1·6일장], 하양면 금락동[현 하양읍 금락리]의 하양장[4·9일장], 자인면 서부동[현 자인면 서부리]의 자인장[3·8일장], 용성면 당리동[현 용성면 당리리]의 당리장[1·6일장] 등이 그것인데, 이 중 용성면의 송림장이 인접한 당리장으로 이전한 것을 제외하면 한 세기 전과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들 경산 지역의 정기 시장은 인접한 대구·영천·청도 등지의 정기 시장과 체계를 이루면서 물자 교역과 정보 교환 및 오락의 공간으로 기능하였다.
정기 시장은 해방 이후 산업의 발달과 인구 증가로 인해 한동안 급증하여 1970년 전후 정점에 이르렀다. 경산 지역에서도 1960년 무렵에는 일제 강점기보다 두 배가 넘는 열 한 곳의 정기 시장과 네 곳의 청과 시장이 운영되었다. 이를 나열하면 경산읍의 경산장[5·10일장]과 청과물장[매일], 하양면의 하양장[4·9일장], 자인면의 자인장[3·8일장], 용성면의 용성장[2·7일장]과 송림장[4·9일장], 남천면의 삼성장[4·9일장], 안심면의 율하장[1·6일장], 압량면의 압량장[2·7일장]과 압량청과물장[매일], 진량면의 진량장[1·6일장], 남산면의 남산장[4·9일장], 와촌면의 와촌장[1·6일장], 고산면의 고산청과물장[4·9일장]과 고모청과물장[매일] 등이다. 당시 경산 지역의 정기 시장이 활성화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산업 장려 정책에 따른 농산물 유통의 활성화이며, 나머지 하나는 경산 지역에서 사과를 비롯한 환금 작물 재배의 성행이다.
그러나 경산 지역의 정기 시장은 대구시의 시세(市勢) 확산과 경산 지역의 도시화, 그리고 현대식 유통 체계의 도입으로 크게 위축되었다. 경산장을 비롯한 다섯 곳의 정기 시장이 운영되고 있으나 상설 시장화 되고 있으며, 사회·문화적 공간으로서 옛 정기 시장이 갖는 의미와 기능은 크게 감소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햐양장의 시설 현대화 등 전통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경산의 주요 정기 시장]
2020년 현재 경산시에는 경산공설시장, 자인시장, 하양공설시장, 용성시장, 압량시장 등 모두 다섯 곳의 전통 시장이 공설 시장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 이후에 정기 시장이 형성된 압량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전통 시장은 모두 옛 읍치와 관련된 읍내장이며, 오랜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 수백 년 동안 존속된 경산 지역의 주요 시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경산공설시장은 옛 경산현의 읍내장에서 유래되었는데, 19세기 전반에 5·10일장으로 열렸으며, 쌀·보리·콩·깨·조·대추·밤·배·감·석류·모과·면·면화·김·다시마·미역·해삼·건어물·소금·철물·목기·죽제품·토기·자기·종이·돗자리 등 곡식·과일·해산물부터 일반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품목이 거래되었다. 경산장은 경산현 읍성의 종로길에 형성되어 있다가 1956년경에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였다. 경산시 중앙로와 옛 읍성 사이에 위치한 지금의 경산공설시장은 하루 평균 만여 명이 방문하는 규모가 큰 상설 시장이며, 시장과 중앙로를 연결하는 도로에도 많은 상점이 위치하여 정기 시장이 열리는 날에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댄다.
조선 후기에 4·9일장으로 열렸던 하양장은 19세기 전반에 거래된 품목으로 쌀과 면포가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으나, 여느 정기 시장 못지않게 다양한 품목이 거래되었으며, 하양읍을 가로지르는 조산천을 사이에 두고 인접했던 우시장과 함께 크게 번성하였다. 하양공설시장은 근래 시설 현대화 사업을 실시하여 시장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다. 조선 후기부터 3·8일장으로 형성된 자인장의 당시 거래 품목은 쌀·보리·깨·조·어염·대추·밤·배·감·면·면화·철물·유기·자기·돗자리 등 식품류에서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였다. 자인시장은 상설화되고 현대화된 경산공설시장과 하양공설시장에 비해 현대화 사업이 본격화되지 않아 장국밥 등의 향토 음식을 곁들이는 옛 장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경산 지역 정기 시장의 변화]
경산 지역의 전통 시장은 조선 후기 읍치마다 소재하였던 읍내장에서 비롯되어 수백 년 동안 존속하여 왔다. 근대 이전 경산 지역의 읍내장에서는 의식주 생활 문화에 소요되는 전 품목과 의례용과 일상용 품목의 대부분이 거래됨으로써, 농촌 지역에서 생산되고 소요되는 물품의 교역에 기여하였다. 경산 지역의 정기 시장은 단순한 경제적 기능에 머물지 않고, 전통 사회 대부분의 정기 시장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정보가 교환되고 별신굿이나 읍치 제의와 같은 문화적 행사가 전개되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기능하였다.
정기 시장은 근대 이후 전문화와 상설화가 진행되어 가는데, 경산 지역 정기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근대 이후 경산 지역에서 사과·포도·대추·복숭아·자두 등의 과수 재배지가 확산되고, 대도시로 성장한 인접 도시 대구의 시장에 공급할 상추·쑥갓·단배추와 같은 채소류 등의 환금 작물 재배가 보편화되면서, 여타 지역에 비해서도 정기 시장의 성격 변화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복합적 의미 공간으로서의 정기 시장의 정취는 점차 사라지고 경제적 교역 기능이 전문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경산공설시장과 하양공설시장은 상설 시장의 성격이 뚜렷하여졌다.
더욱이 경산 지역은 최근 여러 곳에 산업 단지가 조성되었고, 대구 지역의 부족한 주택 공급 문제를 해소할 대체 지역으로 주목받아 많은 주거 단지가 조성되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자연히 새로 전입한 인구는 물론이고 도시화가 진행된 경산 지역의 주민들에게도 도시적 생활 양식이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주민이 주차·환경·거래 방식 등에 있어 불편한 전통 시장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편리한 현대식 교역 장소에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대도시로 이어지는 교통망의 확충과 대형 할인점에서부터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증가하는 다양한 형태의 교역 시설도 지역 정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영세 상인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상황을 개선하고자 많은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하양공설시장의 경우 낙후된 시장 환경을 현대식으로 개편하였으며, 경산공설시장의 경우 주차 공간을 확충하여 접근성을 개선하였다. 이와 동시에 지역 재생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정기 시장과 인접 지역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