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700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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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言語 |
영어의미역 | Language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충청북도 진천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동석 |
[정의]
충청북도 진천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 체계.
[개설]
충청북도의 언어는 크게 단양 방언권, 청주 방언권, 영동 방언권으로 구분되며, 진천의 언어는 음성, 괴산, 청주, 청원과 함께 청주 방언권에 속한다. 진천은 지리적으로 충청북도의 중부에 자리 잡고 있으며, 북서쪽은 경기도와, 남서쪽은 충청남도와 인접해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경기도 방언 및 충청남도 방언과 유사한 면을 보이기도 하나, 전형적인 청주 방언권에 속하는 언어로서 중부 방언권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 여기에서는 진천 지역의 언어를 음운적 특징, 문법적 특징, 어휘적 특징 등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음운적 특징]
1. 음운 체계
진천 지역어의 자음은 ‘ㄱ, ㄲ, ㄴ, ㄷ, ㄸ, ㄹ, ㅁ, ㅂ, ㅃ, ㅅ, ㅆ, ㅇ, ㅈ, ㅉ, ㅊ, ㅋ, ㅌ, ㅍ, ㅎ’로서, 표준어의 자음 목록과 동일하다. 그러나 자음과 달리 모음의 경우에는 표준어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단모음으로는 ‘ㅣ, ㅔ, ㅐ, ㅏ, ㅡ, ㅓ, ㅜ, ㅗ’가 있는데, 이 중 ‘ㅔ’와 ‘ㅐ’는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나로 통합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중모음으로는 ‘ㅑ, ㅕ, ㅛ, ㅠ’와 ‘ㅘ, ㅝ’가 있다.
표준어의 ‘ㅚ’는 이 지역에서 ‘왼손→엔손, 쇠죽→세죽’과 같이 ‘ㅔ’로 실현되며, ‘ㅟ’는 ‘귀→기, 뒤집다→디집다’와 같이 ‘ㅣ’로 실현되거나 ‘위→우, 귀신→구신’과 같이 ‘ㅜ’로 실현된다. 또한 젊은 층에서는 ‘ㅚ, ㅟ’를 단모음보다는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진천 지역어의 단모음 목록에는 ‘ㅚ, ㅟ’가 포함되지 않는다. 이중모음의 경우에는 ‘ㅖ’가 ‘예의→에의, 예비군→에비군’과 같이 ‘ㅔ’로 실현되는 경향을 보인다.
초분절 음소로는 음장, 억양 등이 있다. 음장은 ‘밤’(夜), ‘밤:’[栗], ‘말’(馬)[斗], ‘말:’[言]과 같이 음절의 장단 차이를 반영하며, 첫음절에서만 효력이 있어 장음으로 실현되던 단어가 단어 합성에 의해 둘째 음절 이하의 위치에 오게 되면 단음으로 실현된다. 억양은 일반적으로 표준어의 억양과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2. 음운 현상
음운 현상은 일반적으로 음운의 교체, 탈락, 첨가, 축약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진천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어와 마찬가지로 교체 현상이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고, 나머지 탈락, 첨가, 축약 현상은 일부 어휘에서 단편적으로 관찰된다. 이 중 첨가 및 축약 현상은 표준어를 중심으로 정리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교체 및 탈락 현상을 중심으로 음운 현상의 특징을 언급하도록 한다.
이 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적용 양상을 보이는 교체 현상은 움라우트 현상이다. ‘두루마기→두루매기, 마렵다→매렵다, 두꺼비→두께비’ 등 표준어와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많은 어휘에서 움라우트 현상의 적용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움라우트 현상은 ‘맡기다→매끼다, 먹히다→메키다’와 같이 형태소 경계를 넘어서 적용될 뿐만 아니라 단어 내부를 넘어서 ‘법(法)이→벱이, 겁(怯)이→겝이’와 같이 체언과 주격 조사가 결합할 때도 적용되는 적극적인 양상을 보인다.
이 외에도 모음과 관련된 음운 현상으로 다양한 유형의 전설고모음화 현상을 들 수 있다. 전설고모음화 현상은 표준어의 ‘ㅡ, ㅜ, ㅐ, ㅔ, ㅓ’ 등이 전설고모음 ‘ㅣ’로 실현되는 현상을 말한다. 모음별로 변화의 방향을 따져 보면 ‘ㅡ, ㅜ→ㅣ’는 비전설모음인 ‘ㅡ, ㅜ’가 ‘ㅣ’로 전설모음화한 것이고, ‘ㅐ, ㅔ→ㅣ’는 중모음 ‘ㅐ, ㅔ’가 ‘ㅣ’로 고모음화한 것이며, ‘ㅓ→ㅣ’는 중설중모음인 ‘ㅓ’가 전후 위치와 고저 위치에서 모두 변화를 입어 ‘ㅣ’로 자리를 이동한 것이다.
‘ㅡ→ㅣ’의 예로는 ‘보습→보십, 부스럼→부시럼, 벼슬→벼실, 쓰다→씨다’ 등이 있고 ‘ㅜ→ㅣ’의 예로는 ‘깜부기→깜비기, 골무→골미, 궁둥이→궁딩이, 모퉁이→모팅이’ 등이 있다. 후자보다는 전자의 교체가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이는 ‘ㅜ’와 ‘ㅣ’의 거리보다 ‘ㅡ’와 ‘ㅣ’의 거리가 더 가깝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ㅐ, ㅔ→ㅣ’의 예로는 ‘다래끼→다리끼, 재채기→재치기, 수제비→수지비, 베개→비개, 메아리→미아리’ 등이 있다. 젊은 사람들의 발음에서 ‘ㅐ’와 ‘ㅔ’가 잘 구별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ㅐ→ㅣ’보다 ‘ㅔ→ㅣ’가 더 빈번하게 관찰되는 것은 이 두 모음이 엄격하게 구별된다는 전제하에서 ‘ㅐ’보다 ‘ㅔ’가 ‘ㅣ’와 더 가깝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ㅓ→ㅣ’의 예로는 ‘누더기→누디기, 꾸러미→꾸리미, 저녁→지녁’ 등이 있는데, 혀의 전후 위치뿐만 아니라 고저 위치까지 바뀌기 때문인지 다른 전설고모음화 현상에 비해 해당 예가 많은 편이 아니다. ‘ㅓ→ㅣ’와 같은 맥락으로 ‘ㅕ→ㅣ’ 교체 현상도 발견되는데, 역시 예가 많지 않으며 ‘병아리→빙아리, 켜다→키다’ 등의 예가 존재한다.
‘ㅓ’는 ‘ㅣ’뿐만 아니라 ‘ㅡ’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이 ‘ㅓ→ㅡ’ 교체 현상은 혀의 전후 위치는 그대로 둔 채 중모음을 고모음으로 교체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으며, ‘처자→츠자, 거머리→그머리, 없다→읎다, 얼마→을마’ 등의 예가 있다.
모음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ㅕ→ㅔ’ 교체 현상을 들 수 있다. 이는 남부 방언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현상으로서 ‘벼→베, 며느리→메누리, 벼랑→베랑, 벼락→베락’ 등의 예가 있다.
자음과 관련해서는 구개음화 현상이 활발하게 적용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ㅈ→ㄱ’의 변화 내용을 보이는 ㄱ구개음화 현상의 적용이 활발하게 관찰된다. ‘김매다→짐매다, 김치→짐치, 깁다→집다, 겨드랑-저드랑, 곁-젇’ 등의 예가 보인다. 이 외에도 ‘혀→세, 쎄, 효자→소자’와 같은 ㅎ구개음화 현상이 있으며, ‘디딜방아→디질빵아’와 같이 ㄷ구개음화 현상이 형태소 내부에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표준발음법에서 인정하는 비음화 현상과 유음화 현상이 존재함은 물론이고, 비표준발음이지만 전국적으로 널리 관찰되는 순음화 현상과 연구개음화 현상도 존재한다. 순음화 현상의 예로는 ‘돋보기→돕보기, 밑판→밉판, 신발→심발’ 등이 있고, 연구개음화 현상의 예로는 ‘입고→익꼬, 밑구멍→믹꾸멍, 감기→강기’ 등이 있다.
음운 탈락 현상에는 ㄱ탈락 현상, ㅎ탈락 현상이 있다. ㄱ탈락 현상은 선행 음절 종성 ‘ㄹ’ 뒤에서 ‘ㄱ’이 탈락하는 것으로서 ‘쓸개→씨레, 실감개→시람개’ 등의 예가 있다. ㅎ탈락 현상은 ‘타협→타엽, 일학년→이랑년, 백일홍→배기롱’과 같이 유성음 사이에서 ‘ㅎ’이 탈락하는 현상이며, 이는 지역에 상관없이 어느 정도 보편화된 현상이다.
[문법적 특징]
진천 지역어는 문법적인 면에서 서울 지역어를 근간으로 하는 표준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몇 가지 특징을 든다면, 가장 큰 특징으로 ‘-는겨, -ㄴ겨/-은겨, -ㄹ겨/-을겨’와 같은 어미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이들 어미는 청주 방언권 언어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억양이 내려가면 평서형 어미, 억양이 올라가면 의문형 어미로 기능한다.
‘-는겨’는 현재형, ‘-ㄴ겨/-은겨’는 과거형, ‘-ㄹ겨/-을겨’는 미래형이며, 각각 표준어의 ‘~하는 것이야, ~한 것이야, ~할 것이야’에 대응된다. 예컨대 ‘놀러 가는겨’는 현재형으로서 ‘놀러 가는 것이야, 놀러 가’ 정도의 의미를, ‘놀러 간겨’는 과거형으로서 ‘놀러 간 것이야, 놀러 갔어’ 정도의 의미를, ‘놀러 갈겨’는 미래형으로서 ‘놀러 갈 것이야, 놀러 갈게’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어미 끝부분의 억양을 올리면 각각 의문문이 된다. 이들 어미에 공통되는 ‘겨’는 ‘것이여’가 축약된 것으로서, 진천 지역어의 문법 형태소가 양성모음보다는 음성모음을 선호하는 특징이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음성모음에 대한 선호 현상은 ‘-유’(미세유), ‘-두’(그래두), ‘-구’(아니구), ‘-어’(밟어), ‘-루’(여기루) 등 다양한 문법 형태소에서 관찰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어서 양성모음을 가진 ‘-요, -도, -고, -아, -로’ 등이 같이 사용되는 양상을 보인다. 음성모음을 선호한다고는 하나 충청남도 지역에 비해서는 그 정도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또 문법적인 표현에서 ‘ㅐ’가 ‘ㅑ’로 실현되는 독특한 모습을 볼 수 있다. ‘ㅐ→ㅑ’ 현상은 ‘그래→그랴’, ‘해→햐’, ‘살았대→살았댜’ 등 어간과 어미가 결합한 문법적인 표현에서 주로 발견된다. 문법 형태소가 주로 음성모음을 선호하는 양상을 보이면서도 이 경우에는 ‘ㅐ’를 양성모음 ‘ㅑ’로 실현시키는 점이 흥미롭다.
화자의 의지를 표현할 때 ‘-겠-’과 함께 ‘-란-’을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화자가 가기를 희망할 때 ‘가겠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갈란다’라는 표현도 같이 사용한다.
[어휘적 특징]
진천 지역의 어휘 중에는 고어의 흔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키, 길쌈’은 중세국어 시기에 ‘치, 질쌈’이었는데, 진천 지역에서도 고형을 그대로 유지하여 ‘치, 질쌈’을 사용한다. ‘무우, 가위, 아우, 과일’ 등을 진천 지역에서는 ‘무수, 가새, 아수, 과실’이라 하는데, 이 역시 중세국어 시기의 어형을 반영하는 것이다. 중세국어 시기에 반치음으로 표기되던 것이 표준어에서는 탈락하였지만, 진천 지역에서는 ‘ㅅ’으로 실현되는 모습을 보인다.
또 ‘상수리나무’를 ‘참낭구’, ‘가시나무’를 ‘까시낭구’라고 하는 것은 중세국어의 ‘나모’[木]가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와 결합할 때 ‘ㄱ’을 수반하였던 역사적인 사실을 반영하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또 ‘종이’를 ‘조이’라고 하는 것은 예전에 종성 ‘ㅇ’이 없었던 시기의 발음을 잘 반영하고 있다. ‘묘’를 ‘모이’라고 하는 것은 중세국어 시기에 ‘뫼’를 이중모음 [moj]로 발음하던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처럼 진천 지역의 어휘에는 고어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표준어와 비교해 볼 때 진천 지역에서는 ‘-앵이’라는 접미사가 활발하게 사용되는 특징을 보인다. ‘호미’를 ‘호맹이’, ‘조리’를 ‘조랭이’, ‘새우’를 ‘새뱅이’, ‘나방’을 ‘나뱅이’, ‘고삐’를 ‘꼬뺑이’, ‘고들빼기’를 ‘고들뺑이’, ‘염소’를 ‘염생이’, ‘고양이’를 ‘괭이’, ‘냉이’를 ‘나생이’라고 하는 등 많은 예들이 발견된다.
‘-앵이’와 형태가 조금 다른 ‘-땡이, 갱이’ 등의 접미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절구공이, 구석’을 ‘절구땡이, 구석땡이’라 하고 ‘누룽지, 모기, 우렁이’를 ‘누룽갱이, 모갱이, 올갱이’라고 하는 예를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