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602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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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음역 | Meoseumi Seunimeul Guhago Myeongdangeul Eodeo Anaereul Majihan Iyagi |
영어의미역 | Tale of a Servant Who Saved a Monk, Found an Auspitious Site, and Married a Girl |
이칭/별칭 | 머슴 김씨가 스님을 구하고 명당을 얻어 두 아내를 맞이하다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전라북도 남원시 대강면 사석리 |
집필자 | 이수라 |
[정의]
전라북도 남원시 대강면 사석리에서 전해 내려오는 도광김씨 시조 내력담.
[채록/수집상황]
1979년 7월 31일 전라북도 남원시 대강면 사석리에서 최래옥이 채록하여, 1980년 한국정신문화원에서 발간한 『한국구비문학대계』5-1에 수록하였다. 제보자는 이경학(남, 80세)으로, 고향인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면 오지리 옥갓이란 곳에서 살던 15세쯤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내용]
옛날에 성이 김해김씨인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집도 가난한데다가 어려서 부모를 잃어 남의 집 머슴으로 들어갔는데 주인은 광산김씨였다. 광산김씨네는 3백 석 정도 하는 부자였는데, 이웃에는 만석 거부인 과부 최씨가 살고 있었다.
머슴은 광산김씨네 집에서 삼십 년을 넘도록 착실하게 머슴살이를 하고 있었다. 하루는 주인어른이 논을 한 번 둘러보고 오라고 하여 논으로 나가는데, 이웃에 사는 과부 최씨가 샘에서 머슴을 불렀다. 평소에 얼굴 한 번 제대로 볼 수 없던 사이인 최씨는, 머슴 김씨에게 동네 주막에 가서 스님 한 분을 살려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나 머슴 김씨는 그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고는 길을 갔다.
과부 최씨가 말한 주막은 논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는데, 주막 안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머슴 김씨는 과부 최씨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주막으로 달려 들어갔다. 주막 안에서는 어떤 남자가 스님의 옷을 벗겨 놓고는 죽일 듯 패고 있었다. 머슴 김씨는 방안으로 달려들어 말리면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스님을 때리던 사람이, “이 중놈이 명당자리를 잘 잡는 풍수쟁이인 체하고 1년 동안이나 내 집에서 공짜 밥을 먹었다.”면서 또 스님에게 달려들어 주먹질을 하려고 하였다. 머슴 김씨는 자신이 1년 동안의 밥값을 대신 치러 주겠노라면서 싸움을 말렸다.
머슴 김씨는 30년 동안 안 받은 새경을 염두에 두고 밥값을 치러 주겠다고 장담을 했지만, 막상 주인이 그 돈을 한꺼번에 줄지 걱정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 밥도 못 먹고 담배만 피우는 머슴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주인은 머슴 김씨에게 백 냥을 주었다.
머슴 김씨는 백 냥을 들고 주막으로 향했다. 그런데 과부 최씨가 어느새 머슴 김씨를 따라나와서는 머슴 김씨의 돈 꾸러미를 자신이 들고 나온 돈 꾸러미와 바꿔 주었다. 머슴 김씨는 영문도 모른 채 과부 최씨가 준 돈 꾸러미를 들고 주막에 가서 보니 거기에는 백한 냥하고도 닷 돈이 들어 있었다. 계산을 해보니 치러야 할 밥값이 백한 냥이었다. 머슴 김씨는 백한 냥을 밥값으로 주고 남은 닷 돈으로는 스님을 때린 사람과 화해주를 마셨다.
주막을 나온 후 스님은 머슴 김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머슴 김씨의 부모님 묏자리를 잘 잡아서 장례를 모셔 주는 것으로 은혜를 갚겠다고 하였다. 평소 머슴 김씨의 착한 성품 덕분에 마을 사람들이 도와주어 장례는 성대하게 치러졌다. 장례를 지낸 스님은 머슴 김씨에게, “첫 장가는 한 삼백 석이나 가는 곳으로 올 가을 농사를 지은 후에 갈 것이고, 두 번째 장가는 한 만 석 정도 하는 곳으로 가게 될 것이오.” 하고는 떠났다.
그 해 가을 머슴 김씨가 추수를 다 해놓고 지붕 이을 일꾼을 하나 구하려고 동네로 나왔는데, 과부 최씨가 집에 한 번 다녀가라고 청하였다. 저녁 늦게야 과부 최씨의 집에 들어서자, 최씨는 하녀를 시켜 머슴 김씨를 목욕시키고 여자처럼 낭자를 틀어 올려 비녀를 꽂아 주고 치마저고리를 입게 하였다.
머슴 김씨가 영문을 몰라하자 과부 최씨는, “오늘 밤에 김씨가 머슴을 사는 집 주인어른이 나를 보쌈하려고 올 것이네. 나대신 여기 가만히 누워 있으면 오늘 밤에 자네는 주인어른 네 19살 먹은 딸과 혼인하게 될 것이네.” 하고는 방문을 탁 닫고 나가 버렸다.
아닌게아니라 조금 후에 보쌈꾼이 달려들어 머슴 김씨를 자루에 넣어 가지고 주인어른의 집으로 갔다. 머슴 김씨가 자루주머니를 꼭 쥐고 열지 못하도록 하자, 주인어른의 딸 방에 갖다 놓으면서 그날 밤은 딸과 함께 자라고 하였다. 사람들이 모두 잠든 후 자루에서 나온 머슴 김씨는 그날 밤 주인어른의 딸과 첫날밤을 치러 버렸다.
다음 날 아침 모든 상황을 알게 된 주인어른은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을 혼인시킨 후 그날로 딸 내외를 집에서 쫓아내 버렸다. 그러자 과부 최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두 사람을 맞아들이고는 잔치를 준비하였다. 그러고는 집안사람들과 동네 사람들을 모두 모아 놓고 말하였다.
“내가 부자이기는 하지만 가까운 일가친척 하나 없고 살림도 쓸 데가 없는데, 여기 있는 김해김씨가 사람이 괜찮은 듯하여 인연을 맺으려고 합니다. 그러니 그리들 아십시오.” 그러고는 김씨의 아내에게, “당신은 나보다 나이가 어리기는 하지만 귀밑머리를 마주 풀었으니 본처가 되고, 나는 아무리 재산이 많고 나이가 많아도 혼례를 치르지 않았으니 첩이오. 앞으로 서방님 모시고 잘 지내봅시다.”라고 일렀다.
김씨는 광산김씨 처한테서는 3남 2녀를 낳고, 최씨 부인한테서는 2남 3녀를 낳았다. 세월이 흘러 광산김씨 처의 아들과 최씨 부인의 아들이 과거를 보았다. 그런데 작은부인인 최씨의 아들이 과거에 급제를 하게 되었다.
최씨 부인의 아들은 과거에 급제하여 어사 벼슬을 제수받아 임금을 뵙는 자리에서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였다. 서손인 자신은 어사가 되었는데 정작 본손은 벼슬을 못해서 자신의 입장이 참으로 난처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러자 임금이, “그러면 네 아버지 성은 김해김씨지만 네 성은 도광김씨(道光金氏)로 하자.”고 하며 성씨를 내려주어 최씨 부인의 아들은 도광김씨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모티브 분석]
성씨 유래담은 대부분 학문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이루거나 전쟁 등의 위험 상황에서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이 성씨의 시조가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머슴이 스님을 구하고 명당을 얻어 아내를 맞이한 이야기」는 죽을 고비에 처한 스님을 구해 준 공으로 명당자리를 얻어서 장가도 가고, 그 후손 중 한 명이 어사가 되고 한 성씨의 시조가 되었다는 내력담의 하나로, 착한 사람은 반드시 복을 받는다는 민간의 사고가 투영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