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조선 전기 순천 출신으로 ‘승평사은’ 중 한 명인 학자.

[가계]

허엄(許淹)[1538~1610]의 본관은 양천(陽川)이고, 자는 구숙(久淑)이며, 호는 강호(江湖)이다. 할아버지는 허형(許亨)[1489~1564]이며, 아버지는 무안현감을 지낸 허희인(許希仁)[1516~1572]이다. 동생은 허익(許瀷)이다.

[활동 사항]

허엄은 15세부터 모재(慕齊) 김안국(金安國)[1478~1543]에게 수업을 받았으며, 1568년(선조 1) 무진(戊辰) 증광시(增廣試) 생원(生員) 2등 12위로 합격하였다.

순천부 서쪽에 옥천 임청대(臨淸臺)가 있는데, 이곳은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1454~1504]과 매계(梅溪) 조위(曺偉)[1454~1503] 두 선생이 유배되었을 때 쉬던 곳이다. 임청대 뒤에 구암 이정(李楨)[1512~1571]이 순천부사로 부임하였을 때 허엄과 배숙(裵璹)[1516~1589], 정소(鄭沼)[1518~1572], 정사익(鄭思翊)[1542~1588]과 함께 임청대를 수축하고 경현정사(景賢精舍)를 세웠다. 임청대의 편액에 새긴 ‘경현당(景賢堂)’ 세 글자는 바로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의 친필이다.

[학문과 저술]

허엄은 임청대를 중심으로 배숙, 정소, 정사익과 함께 이학(理學)을 강구(講究)하였다. 이들은 ‘승평사은(昇平四隱)’으로 불렀는데, 중앙관직에서 활동하는 자들과는 달리 지방에 은거하면서 학문을 닦고 후학을 가르치던 이들의 존재를 이렇게 평가한 것이다. 이들은 경현당과 옥천정사(玉川精舍) 건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다.

[상훈과 추모]

허엄은 1610년(광해군 2) 9월 14일에 사망했다. 허엄은 옥천서원(玉川書院)[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4호] 건립을 주도하였으며, 유학계의 스승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문중에서는 ‘유문사범’으로 기억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