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7001376 |
---|---|
한자 | 仙女-, 雲洲面姑堂里 |
영어공식명칭 | A fairy and a woodman Village, in Godang-ri of Unju-myeon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영미 |
[정의]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에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전해오는 마을.
[개설]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는 본래 고산군 운동하면 지역이었는데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고당리, 고중리, 축령리, 태평리, 삼거리를 병합하고 ‘고당리’라 하여 운동하면에 편입되었다가 1935년에 운주면에 편입되었다. 삼거리마을은 금산, 논산, 진안으로 갈라지는 곳을 지나 협곡을 끼고 산 깊숙한 곳에 들어앉은 곳이다. 멀리서 보면 산으로 막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옛날에 관군에 쫓기던 사람이 말을 타고 이 마을로 들어왔는데 관군은 멀리서 산만 보고 길이 막혀 있는 줄 알고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깊숙한 산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마을에는 오랫동안 할머니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으니 바로 「선녀와 나무꾼」이다.
[고당리 삼거리 마을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1980년 2월 1일에 백옥련화[여]씨에게 채록하여 「나뭇군과 선녀」라는 제목으로 한국구비문학대계 홈페이지에 실려 있다.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깊은 산 속, 장가를 가지 못한 착한 나무꾼이 있었다. 나무꾼은 어머니를 봉양하고 장가도 가고 싶었다. 나무꾼은 개암열매를 주우면 먼저 어머니께 드리고, 또 하나를 주우면 자기도 먹겠다고 하면서 열심히 나무를 했다. 때마침 포수에게 쫓겨 오는 노루 한 마리가 있었는데 나무꾼은 노루를 숨겨 살려 주었다. 사냥꾼이 가자 노루가 땅에 글씨를 써서 산 너머에 있는 강에 가 보라고 알려주었다. 강에는 선녀 셋이 목욕을 하고 갈 텐데 첫째와 둘째 선녀가 올라간 뒤 셋째 선녀가 올라갈 것이니 셋째 선녀의 옷을 감춰 놓았다가 결혼해서 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를 셋 낳을 때까지 선녀 옷을 주지 말라는 금기를 남겨 놓았다. 노루의 말대로 그 강에 가 보니 백옥 같은 물이 있고, 폭포도 쏟아져 너무도 좋은 곳이었다. 한참을 기다리자 하늘에서 두레박을 타고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길래 세 번째 선녀의 옷을 감췄다. 옷이 없어 하늘에 올라가지 못하는 선녀에게 자기가 옷을 자기 집에 갖다 놓았다고 하면서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하여 나무꾼은 선녀와 결혼해서 사는데, 선녀는 아이 둘을 낳고는 계속 옷을 달라고 안타깝게 말했고, 나무꾼은 선녀를 믿고서 옷을 주었다. 어느 날 나무를 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선녀가 아이 둘을 양쪽 팔에 안고서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슬픔에 잠긴 나무꾼에게 노루는 다시 하늘에 올라갈 방법을 알려 주었다. 선녀를 만나고 싶으면 어느 날 밤하늘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세 번 퍼 올려 가는데, 세 번째 물을 쏟아 버리고 그 두레박을 타고 올라가라고 하였다. 노루 말대로 해서 천상에 올라가 선녀를 만났는데, 선녀는 옥황상제의 딸이었다. 나무꾼은 지상의 어머니를 그리워하자 옥황상제가 도움을 주어 어머니에게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라는 것이다.
[선녀봉과 선녀탕,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의 매개체]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 삼거리마을에서 전해오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들리는 것은 바로 이야기를 뒷받침하고 있는 지역의 산천 덕분이다. 「선녀와 나무꾼」은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대표적인 설화인데, 완주군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전하는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 삼거리마을은 깊은 산과 협곡을 끼고 자리한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우뚝한 산봉우리 선녀봉[665.9m]이 있다. 산봉우리의 형상이 옷을 벗은 여인의 나체를 닮았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전한다. 하늘에 닿을 듯한 높은 산봉우리가 여인의 나체를 닮은 소재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대를 이어 전승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어 마을의 역사와 함께 살아 숨쉬고 있다.
한편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 삼거리마을에는 「선녀와 나무꾼」의 매개체가 되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이야기 속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했다는 ‘선녀탕’이다. 선녀탕은 서사의 중요한 공간 매개체 역할을 한다.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 삼거리마을은 깊은 협곡을 끼고 있어 계곡이 발달했다. 물이 워낙 맑고 깨끗할 뿐만 아니라 인적 드문 깊은 산속이라는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으니 지역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선녀가 내려와서 목욕할 만한 곳’이라고 인식했을 것이고, 이것이 ‘선녀탕’으로 전승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명주실 한 타래를 다 풀어도 그 깊이를 못 잴 정도로 수심이 깊었다고 한다. 지금도 삼거리마을에는 여름철에 시원한 계곡을 즐기기 위해 수많은 피서객이 찾고 있다.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 삼거리마을의 선녀봉과 선녀탕은 그 실제성을 떠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전승될 수 있었던 중요한 매개체로 기능하고 있다.
[효의 가치를 중시하는 전승 형태]
전라북도 완주군의 「선녀와 나무꾼」 설화는 다양한 변이형이 존재하지만, 결말 방식에 따라 크게 선녀 승천형, 나무꾼 승천형, 나무꾼 천상 시련 극복형, 나무꾼 지상 회귀형이 가장 일반적이다. 먼저 ‘선녀 승천형’은 가난한 나무꾼이 사냥꾼에 쫓기는 사슴 혹은 노루를 구해주고 선녀의 날개옷을 감추어 선녀와 결혼한다. 그런데 나무꾼이 사슴이 알려준 금기를 어겨, 선녀가 아이들을 데리고 승천하는 데서 이야기가 끝나는 유형이다. 두 번째 나무꾼 승천형은 하늘로 올라간 선녀를 따라 나무꾼도 승천하여 가족을 만난다는 유형이다. 나무꾼이 승천할 때 또다시 사슴의 도움을 받게 된다. 세 번째 나무꾼 천상 시련 극복형은 하늘로 올라간 나무꾼이 천상의 시련을 극복하고 천상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나무꾼 지상 회귀형은 하늘로 올라간 나무꾼이 지상에 있는 노모를 그리워하자 선녀의 도움으로 용마를 타고 지상에 내려온다. 그런데 나무꾼은 금기를 어겨 지상에 남게 되는 유형이다. 지상에 남게 된 나무꾼은 하늘에 있는 선녀와 아이들을 그리워하다가 죽게 되고 수탉으로 다시 태어나 하늘을 바라보며 선녀를 그리워했다고 하여 이 마지막 유형을 ‘수탉 유래형’이라고도 한다.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다양한 변이 유형 중에 ‘나무꾼 지상 회귀형’에 속한다.
「선녀와 나무꾼」은 서사 구조상의 ‘금지-위반’이라는 기본 모티프를 바탕으로, 내용상으로 하늘의 ‘선녀 하강’, 지상의 ‘착하고 효성스러운 나무꾼에 대한 보상’, ‘하늘의 선녀와 지상 인간 남자의 결합’, ‘선녀와 나무꾼의 승천’ 등 다양한 모티프를 포함하고 있다. 「선녀와 나무꾼」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분포된 설화 유형의 하나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몽골, 베트남, 태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한국의 「선녀와 나무꾼」은 몽골 바이칼 호수 부근에서 전승되는 신화적 성격의 ‘백조 처녀’ 이야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신화에서 설화로 변형되고, 주체가 백조 처녀에서 ‘나무꾼’ 중심으로 이야기가 변형되면서 ‘착한 사람은 복을 받아야 한다.’는 권선징악형 의식이 반영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강력하게 ‘효’ 모티프가 삽입되어 있다. 다른 지역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 달리,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에서는 ‘효’를 더욱 확대하고 있는 것이 이야기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무꾼이 나무를 하는 목적도 어머니 봉양을 위한 것이고, 나무꾼이 지상에 회귀하는 이유도 어머니를 그리워해서이다. 특히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시작 부분에서부터 나무를 하는 나무꾼이 강조하는 것은 ‘어머니 봉양’이며 나무를 하다 주운 첫 번째 개암나무 열매조차 어머니께 드리려 한다. 이는 전승자들이 가치있게 여기는 것이 ‘효’라는 점을 드러내 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특징적인 것은 일반적으로 나무꾼 지상 회귀형에 속하는 유형의 이야기에서는 나무꾼이 금기를 어겨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자 하늘에 있는 선녀와 자식들을 그리워하다가 죽어 수탉이 되었다는 부분이 핵심적인데,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 설화에서는 금기를 위반하는 장면이나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 없이 나무꾼이 어머니를 보고자 지상에 돌아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는 점이다. 이는 설화에 전승자나 설화 향유자들의 의식과 욕망이 반영된다고 했을 때,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 삼거리마을은 운주면에서 손꼽히는 장수마을이다 보니 혼자 남아 있는 늙은 어머니를 빼놓고 나무꾼이 승천하는 것으로 끝맺기는 아쉬웠을 것이다. 이에 나무꾼이 노모를 만나러 다시 지상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 심리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 삼거리마을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나무꾼’과 ‘나무꾼의 효’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가 재편되었다. 즉, 나무꾼은 어머니를 위해 열심히 나무를 해서 봉양하고자 했고, 선녀가 보고 싶어 선녀를 따라서 하늘에 올라갔으나 그리운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다시 지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울러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 삼거리마을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선녀와 나무꾼’ 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는데 이 축제에서도 역시 ‘효’의 가치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선녀와 나무꾼」의 비극적 사랑이라는 이야기성보다는 전통적인 가치관인 ‘효’를 중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승으로, 지역성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이야기에서 지역 축제와 뮤지컬로]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 삼거리마을에 대대로 내려오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문화콘텐츠나 지역축제로 개발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2008년 8월에 1회 ‘선녀와 나무꾼’ 축제를 시작으로 마을 주민들과 운주면 고당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하나가 되어 이벤트성 축제를 열기도 했다. 2009년에는 마을에서 가장 장수한 할머니를 선녀로 추대하는가 하면, 나무꾼 체험을 개최해 나뭇짐 지게 져보기, 통나무 베기 및 장작 만들기 같은 다양한 체험행사를 운영하여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축제는 총 3년간 진행되었고 현재는 지역 사정으로 축제가 열리지 않지만, 설화의 이야기성을 축제라는 문화 콘텐츠로 활용하려는 마을의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평가된다.
한편 「선녀와 나무꾼」 설화의 이야기성을 극대화했던 것이 창작 뮤지컬이다. 완주군은 2013년에 지역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참여하여 주민 창작 뮤지컬 「선녀와 나무꾼 - 춤추는 두레박」을 만들었다.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에서 전해오는 애틋한 러브스토리를 새롭게 해석하여 지역주민이 직접 제작하고 참여하는 주민 참여형 국악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인 「선녀와 나무꾼 - 춤추는 두레박」은 2014년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공연 프로그램에 최종 확정되어 2014년 10월 8일과 9일 이틀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무대에 실제로 올려지기도 했다.
‘선녀와 나무꾼’ 축제나 뮤지컬은 이벤트성 축제로 끝났지만, 하나의 설화가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음을 지역에서 보여준 셈이다. 또한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 삼거리마을은 선녀봉과 선녀탕이 있는 마을, 선녀와 나무꾼의 사랑이 있는 마을, 나무꾼의 착한 효심이 있는 마을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