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4014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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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칭/별칭 | 번데기,왕판,미래,번디,판로,번지,평판,밀개 |
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물품·도구/물품·도구 |
지역 | 전라남도 영암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명헌 |
[정의]
전라남도 영암 지역에서 못자리와 써레질한 논바닥을 고르는 데 쓰는 농기구.
[개설]
번지 는 못자리와 써레질한 논바닥을 판판하게 고르는 데 쓰는 연장이다. 즉 볍씨를 뿌리기 위한 못자리나 모를 내기 전 써레로 삶아 놓은 논바닥을 판판하게 고르기 위한 널빤지나 써렛발 앞과 밑에 덧대는 너른 판자를 말한다. 경기도 반월에서는 써레에 덧대는 널빤지 대신 써렛발 끝에서 2~3㎝쯤 위로 새끼줄이나 대쪽을 두서너 겹으로 발과 발 사이에 얽어매어 쓰기도 한다. 경상남도 영산의 경우는 써레를 나래처럼 널빤지 두 쪽을 이어대어 턱이 지게 하고 양쪽 후면에 기둥을 박아 그 위에 손잡이를 가로 붙여 쓰기도 했다. 기둥에는 각각 끈을 매어 가래질할 때처럼 두 사람이 옆에 서서 끌고 나간다. 그냥 널빤지로 된 번지는 사람이 어깨에 메어 끌고 나가기도 하고 두 사람이 마주서서 손으로 쥐고 훑어나가기도 한다.
이와 같이 번지를 이용해 못자리를 판판하게 고르거나 써레질한 논바닥을 두벌 손질하는 것을 번지질이라 한다. 밭에서는 써레의 발이 하늘로 향하게 써레를 뒤집어 놓고 그 위에 사람이 올라타든가 돌과 같이 무거운 것을 올려놓고 소가 끌고 다니면서 땅바닥을 고르거나 흙덩이를 부수게 했다. 소가 끄는 번지로는 남자 한 사람이 하루 6611.57~8264.46㎡[2,000~2,500평]의 논을 고를 수 있었다. 번지는 지역에 따라 번데기·왕판[전라남도 영암·보성], 미래[전라남도 영광], 번디[강원도 명주]라고 부른다.
[연원 및 변천]
번지 에 대한 옛 기록을 보면 『농사직설(農事直說)』에는 판로(板橯) 또는 번지(翻地)라 하였고, 『훈몽자회(訓蒙字會)』에는 번디, 『고사 신서(攷事新書)』에는 번적(翻的), 『해동 농서(海東農書)』에는 평판(平板), 『재물보(才物譜)』에는 번지, 『사유 박해(事類博解)』에는 밀개라 하였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영암 지역의 농가에서는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으나 요즘에는 트랙터로 모든 작업과정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제 번지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형태]
번지 의 형태는 일정하지 않다. 보통 긴 네모꼴의 널빤지 형태가 있으며, 널빤지에 써렛발이 맞도록 작은 구멍 두개를 뚫거나 작은 나무 조각 둘을 덧대어 턱을 만들고, 턱에 써렛발을 대고 써레 손잡이에 잡아매 놓은 것이 있다. 그리고 널빤지 대신 써렛발 사이로 흙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판자를 대거나, 새끼줄이나 대쪽을 발 사이사이에 얽어매어 놓은 것도 있다. 써레에 덧대는 널빤지의 크기는 대중이 없으나 영암 삼호읍 나불리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 사용했던 것의 경우 보통 폭 30㎝, 길이 150~200㎝ 규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