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강원도 강릉 지역에서 마을 서낭신이 좌정하게 되는 내력과 설화.

[개설]

당신화(堂神話)는 마을에서 서낭신을 섬기게 된 유래나 설화 등 신성성과 종교적인 경험에 기인한 신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마을에 최초로 입향한 조상신이거나 원혼(冤魂)에서 해원(解寃)된 인물에 대한 설화가 많다. 강릉은 산악부터 농촌 그리고 해안 지역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았던 민중들의 삶의 모습 또한 환경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들 삶의 속살을 살필 수 있는 신앙적 측면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거주 환경별로 당신화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산촌 지역]

산촌 지역의 서낭당은 고목, 당집, 돌로 쌓은 작은 움막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당(堂) 내에 진흙이나 기와 또는 철제로 만든 말[馬]을 봉안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말들은 다리 한쪽이 불편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호랑이를 퇴치하기 위해 싸우다가 다쳤다’는 것이다. 이 설화는 산악 지역에서 오랫동안 숭배되었던 산신이 물러나고 성황신이 좌정(坐定)하는 과정이라고 유추하기도 한다.

[대관령과 삽당령]

농촌 지역과 접경지이며 강릉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대관령과 삽당령의 성황당에는 호환(虎患)과 관련한 설화가 전한다. 대관령 국사 성황은 강릉 경방집 정씨 처녀와 결혼하기 위해 그녀의 아버지 꿈에 나타나 청혼한다. 그러나 신에게 딸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호랑이를 시켜 경방에서 쉬고 있는 정씨 처녀를 데려와 혼인했다. 훗날 정씨 처녀는 대관령 국사 여성황으로 좌정한다. 또한 강릉과 정선을 잇는 삽당령의 송현 서낭당에도 호랑이에게 물려가 죽음을 당한 뒤 여신이 된 이야기가 전해진다.

[농촌 지역]

농촌 지역은 마을의 형성과 함께 서낭당이 함께 이주해 온다. 때문에 서낭도 큰 마을에서 작은 마을로 이주할 때 서낭도 같이 모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 입향조를 골메기 서낭으로 모시는 곳이 있고,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성황신, 토지신, 여역신(癘疫神) 등 삼신을 모시고 날을 잡아 제사를 올린다. 당의 형태는 서낭목, 당집, 서낭목과 당집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평야 지대]

산과 바다의 거친 문화의 완충지라고 할 수 있는 평야 지대에는 짐대, 골메기, 진또배기로 불리는 솟대 문화가 전승되고 있다. 강릉의 솟대는 긴 장대 위에 ‘Y’자형 나무에 세 마리의 오리가 올라가 있으며 조형적으로 현존하는 솟대 중에는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해안 지역]

바닷가 마을 대부분은 반농반어(半農半漁) 촌락으로 날을 잡아 서낭당에서 제례를 지내는데, 어민들은 따로 서낭을 모시기도 한다. 순수 어촌에서는 암서낭과 숫서낭을 나누어 모시는데 어민들이 모시는 서낭은 대부분 여신이며 좌정하기까지 곡절을 가지고 있다. 강릉 해안 지역 서낭당에 전하는 설화는 주문진의 진이, 강문 서낭, 안인의 해령사(海靈祠) 등이다.

1. 주문진 서낭당

주문진 서낭당에는 「주문진 진이 설화」가 전한다. 연곡 현감이 진이를 탐내 가족을 괴롭히자 얼마 후 진이는 자살했고 어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흉사가 계속되자 강릉 부사가 성황당을 짓게 하고 원혼을 달래기 위해 제사를 지내니 우환이 그쳤다고 한다.

2. 강문의 여서낭

강문의 여서낭이 자리한 죽도봉(竹島峰)은 강릉 오죽헌 대숲에 있던 뒷산이 떠내려 온 것이라고 한다. 노인의 꿈에 여인이 현몽하기를 ‘집을 지어 주면 좋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노인이 바닷가로 나가 궤짝 하나를 발견하고 열어보니 빨강, 노랑, 파랑의 삼색 천과 글씨를 쓴 위패가 담겨져 있었다고 한다. 어민들이 고기잡이를 나갈 때 이곳에 들러 기도하면 만선의 기쁨을 누렸고, 서낭당에는 노인의 꿈에 보았던 족두리를 쓴 여인의 모습으로 그림을 그려 모셨다.

3. 안인의 해령사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의 해령사는 여신에게 남근을 깎아 바치던 곳이다. 이 마을에 살던 처녀가 이웃 청년에게 반해 상사병으로 죽었다. 어느 날 마을 어부의 꿈에 나타나서 ‘고기를 잡고 싶거든 남자의 성기를 달아라.’ 하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후 남근을 바치자 고기가 잘 잡혔다고 한다.

또 강릉 부사와 함께 놀러온 기생이 절벽에서 그네를 타다 바다에 빠져 죽었다. 이에 강릉 부사가 주민들에게 ‘제사를 지내주라’고 당부하자 마을에서는 짝을 지어 주자는 취지로 나무로 남근을 깎아 놓고 제사를 지냈는데 그 후로 고기가 많이 잡혀 남근을 바치는 것이 풍속이 되었다고 한다.

1930년경,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 구장 부인이 정신이 이상해져 해령당(海靈堂)에 오르내리며 ‘김씨를 배우자로 얻었다’며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달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위패에 ‘김대부지신위(金大夫之神位)’라 써 놓고 제삿날을 받아 놓으니 구장 부인은 제정신이 돌아왔다. 그 후로 해령사는 더 이상 남근을 봉양하지 않고 제사만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