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70013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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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完州 |
영어공식명칭 | Local Food First Circle Wanju |
분야 |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전라북도 완주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진명숙 |
[정의]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생산되는 지역농산물의 직거래 순환경제 시스템.
[글로벌(Global) 시대, 왜 로컬푸드(Local Food)인가]
전라북도 완주군의 용진농협 로컬푸드 매장은 싱싱한 과일과 채소, 고기를 사러 온 이들로 늘 북적북적하다. 전주와 가까이 있어 이용하기 편리한 이점도 있다. 현재 완주로컬푸드 직매장은 전라북도 전주시와 완주군을 통틀어 12곳이 운영되고 있다. 전주 도심 곳곳에도 대형 할인점이 있으나, 고객들이 로컬푸드 매장을 기꺼이 이용하는 이유는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사기 위해서다. 직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식품에는 생산 농가가 표기되어 있고, 농약, 수질, 토양 등 엄격한 안전성 관리시스템을 거쳐 출하되기 때문에 완주로컬푸드는 ‘신뢰’에 기반한 소비구조로 되어 있다. 로컬푸드는 세계 농산물 시장을 지배하는 다국적 기업, 대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글로벌푸드(global food)의 대안으로 등장하였다. 농업의 세계화, 글로벌푸드 시스템의 확산이 가져온 환경 파괴, 건강한 먹거리 위기, 소수 자본가의 사회경제적 독점 등 여러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로컬푸드 운동으로 촉발된 것이다. 일본의 지산지소,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영국의 리얼푸드, 미국의 공동체 지원농업도 시민사회의 작은 실천과 운동이 국가정책에까지 반영된 사례이다. 한국에서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시작으로 중국산 멜라민 분유, 유전자조작 옥수수 수입 등을 거쳐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 먹거리 안전성을 위협하는 각종 사건,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면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하였다. 더불어 수입 개방 확대에 따른 가족 소농의 퇴출과 낮은 식량자급률, 전 지구적 차원의 ‘저탄소 녹색성장’ 의제가 확산하면서, 로컬푸드는 이같은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완주군이 로컬푸드 전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전라북도 완주군은 인구 9만 명의 작은 도농복합도시이다. 군 전체 인구의 31%가 농업인구이다. 2008년 기준, 가구당 평균경지면적은 1.3ha이며, 전체 농가 수의 64% 이상이 1ha 미만의 농사를 짓는 소농이다. 그리고 전체의 63.5%가 전업농이다. 또한,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여 지역 활력이 저하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한편 2010년 전라북도 완주군의 통계연보에 의하면, 완주군이 지정, 육성해오고 있는 생강, 대추, 감, 딸기, 수박, 포도, 배, 표고 등 완주 8품 중 딸기와 감이 벼, 고추, 상추와 함께 100억 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다른 20여 개 작물은 미미한 소득 수준에 그쳤다. 그리고 농산물 유통 현황을 보면 품목별로 유통경로가 제각각 달랐다. 대부분 도매시장이나 밭떼기 거래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포도, 딸기, 양파 등은 길거리 직판장을 통한 직거래도 추진되고 있으나, 포도 외에는 그 비중이 높지 않았다. 지역 내 10개 농협이 있으나, 규모화된 몇몇 작목을 제외하고는 농협 간의 공동마케팅이나 연합사업도 활성화되지 못한 실정이었다. 게다가 농식품 가공산업은 매우 영세하고 취약했다. 전체 20여 개 가공업체 총매출액은 연간 1백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완주군 농정의 과제는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일이었다. 이는 농가의 경제적 소득을 유지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완주군이 직면한 지역 농업 과제는 축산과 경종을 연계한 지역자원 순환시스템 구축, 다수 소농에 대한 지속가능한 농업경영 보장, 다품종 소량생산과 연계한 지역 틈새시장 창출, 생산과 유통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대안 요구, 농식품 가공 활성화를 통한 부가가치 증대 등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완주군은 2008년 ‘농업농촌발전약속프로젝트’라는 지역 농정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였고, 지역순환농업체계 구축과 마을 및 공동체육성사업과 함께 로컬푸드 정책에 착수한다.
완주군이 로컬푸드를 도입한 배경은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완주 농가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가족 소농, 고령농을 로컬푸드의 핵심참여주체로 조직화할 수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과 직거래유통을 특징으로 하는 로컬푸드는 가족 소농이나 고령농과 친화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둘째, 완주는 65만 전주의 배후도시로서, 이러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틈새시장을 개척하기에 쉽다. 셋째, 로컬푸드는 얼굴 있는 먹거리를 매개로 소비자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으므로, 로컬푸드 인증제도 등을 통해 다수 농가를 환경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 넷째, 로컬푸드는 농민 가공을 촉진할 수 있다. 소비자의 밥상에 필요한 기획 생산은 마을 공동가공을 활성화한다. 다섯째, 로컬푸드는 건강한 먹거리 생산지로서 통합적 지역 이미지 구축에 이바지한다. 이는 지역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마케팅 수단이 된다.
[완주군, 로컬푸드 배후지원체계 구축에 온 힘을 쏟다]
전라북도 완주군이 2008년 ‘농업농촌발전약속프로젝트’의 목적으로 로컬푸드정책을 도입하고, 2012년 4월 27일, 용진농협에 1호점 로컬푸드 매장을 개점하기까지 4년에 걸친 기간 동안 구축한 배후지원체계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생산 재편을 조직하는 일이다. 그동안 한국의 농업생산구조는 대규모·단작화로 구조조정이 되어 왔으므로, 지역농업의 일정 영역을 다품목 소량생산이 가능한 체계로 재편하는 일이 시급했다. 완주군은 이를 위해 ‘고령농 할머니 작목반’을 조직했다.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기획생산팀은 자가소비 또는 농업소득이 없는 고령농을 중심으로 1년이 넘는 시간을 매일 저녁 마을사랑방 좌담회를 조직, 재배 가능 면적, 품목, 재배 및 출하방법을 교육하고 토론하였다. 총 1,500농가가 로컬푸드 작목회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마을 및 지역공동체 단위 공동생산을 장려했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품질 균일화를 위해서는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생산 조직화가 필수였다. 그래서 두레농장 10개를 조직하고, 100여 개 마을 공동체 회사 사업을 장류 등의 슬로푸드 및 두부, 콩나물, 유정란 등의 신선식품 생산 마을과 연계하여 진행하였다.
둘째, 농민 가공을 활성화하는 일이다. 이는 로컬푸드 상품 다각화 및 부가가치 증진을 위해 선행해야 할 과제였다. 한국 가공산업은 식품산업 자본에 의해 주도되어 왔기 때문에 농산물 가공의 부가가치가 농민에게 환원되지 못했다. 지역 농산물을 생산한 농민에 의해 가공이 이루어지는 가공 활성화가 필요했다. 또한, 가공식품은 소비자의 밥상에도 요구되는 품목이었기에, 가공과 관련한 제조기술교육, 인허가문제, 안정된 판로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그래서 완주군은 마을 회사 육성사업과 연계하여 마을 단위 공동가공을 촉진하는 정책을 폈다. 이 과정에서 두부를 만드는 마을만도 7개에 이르렀으며, 안덕의 죽염된장, 비봉 평치두레농장의 콩물 등 주민 아이디어에 의해 출시된 신상품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한, 전라북도 완주군은 밑반찬, 건강음료, 슬로푸드 등의 가공을 위해 거점농민가공센터를 2012년 완공하여 운영 중이다. 밑반찬가공실, 습식가공실, 건식가공실, 위생실, 전처리실, 포장실, 조리실습실 등을 갖췄다. 협동조합 등 주민조직에 의해 운영되고, 행정은 이를 여러 방면에서 지원한다. 가공창업 아카데미는 가공을 희망하는 공동체를 모집,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한편 시제품 생산, 테스트마케팅을 통해 가공제품 출하기반을 돕고 있다. 총 2기, 24개 공동체, 112명이 정규과정을 수료했다.
셋째, 안전성 강화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완주로컬푸드 매장에 출하하는 제품의 신뢰는 안전한 먹거리로부터 비롯된다. 완주군은 로컬푸드 제품에 대한 중층적인 안전성 관리시스템을 정비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57개 항목에 대한 간이잔류농약검사를 한다. 출하를 원하는 농가는 출하 전 반드시 표본을 제출해 검사를 의뢰해야 한다. 유통단계 안전성 검사는 로컬푸드 인증전담부서에서 1주일에 두 번씩 직매장에서 품목을 무작위로 추출해 246개 항목에 대한 잔류농약검사를 한다. 안전성 관리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정기적인 검사를 한다. 잔류농약 검사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삼진아웃제를 적용한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는 1회시 출하정지 1개월, 2회시 출하정지 3개월, 3회시 영구 퇴출한다.
[행복한 밥상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생관계가 만들어지다]
완주로컬푸드 직매장은 2018년 현재 총 12곳이 운영 중이다. 전라북도 완주군의 용진읍, 봉동읍, 상관면, 고산면, 소양면 농협뿐만 아니라, 효자점[2곳], 모악산점, 하가점, 삼천점, 중동 등 전주시 고객을 위한 매장이 여러 개 늘었다. 매장의 운영 주체는 농협 혹은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다.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완주군 농민과 직원이 출자하여 만든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이다. 사업 초기 공공성 담보를 위해 지역 10개 농축협이 공동으로 출자해 제3섹터형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였고, 이후 1인 1표의 민주적 운영과 농가 주인 의식 고취를 위해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협동조합은 13개 읍면에 분포해 있는 소농과 고령농을 조직화하고 직매장으로 연결하는 중간지원조직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직매장에 출하하는 제품은 농가 스스로 가격을 결정, 소포장하여 매일 아침 진열한다. 이용료 10%를 제외한 90%는 농가에 환원되므로, 농가의 만족도가 높다.
완주로컬푸드는 직매장 외에도 완주군 내 공공급식과 밥상꾸러미를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밥상꾸러미는 주 1회 소비자 가구에 제철 먹거리를 꾸러미로 보내는 사업으로, 2010년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48주 공급계획을 수립하고, 100여 가지 택배 시스템을 구축하여 유정란, 두부, 콩나물, 채소, 과일 등 11품목을 가구에 직접 배달하고 있다. 꾸러미밥상은 영농조합법인 건강한 밥상이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직매장, 농가 레스토랑, 농촌체험을 결합한 도농상생 신문화공간 개념의 ‘로컬푸드 해피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효자점, 모악산점, 중동 등에서 운영되는 농가레스토랑에서는 완주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뷔페식으로 맛볼 수 있으며, 온라인쇼핑몰 ‘해피스테이션’을 통해서도 곡류, 채소, 과일, 축산, 가공품 등을 살 수 있다. 또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사회적 거리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들로 구성된 ‘주부감시단’을 운영하고, 매주 토, 일에는 농촌으로 떠나는 체험 버스를 운영한다. 완주군 농촌공동체를 순회하며, 수확체험, 가공체험, 음식 만들기, 농가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지역공동체와 지역순환경제가 살아나다]
전국 제1호 로컬푸드 직매장인 용진농협은 2017년 11월을 기준으로, 87억2400만 원의 매출액을 올렸으며 2016년 2월 신축 이전한 효자점은 88억2100만 원, 구이 모악점은 48억4300만 원, 하가점은 49억6100만 원, 삼천점은 26억7600만 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가장 매출실적이 높은 용진농협의 하루 매출액은 2,000만 원이 넘는다. 이러한 매출액의 신장세는 곧바로 완주군 생산 농가의 소득으로 이어진다. 완주로컬푸드 상생 경제의 가장 큰 효과는 농촌의 소농, 고령농에게 안정된 소득과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농가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상설 직매장에 농산물을 연중 납품함으로써 이른바 ‘월급 받는 농부’처럼 고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소농의 참여로 인해 그동안 버려졌거나 방치되었던 농지활용도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로컬푸드는 주민의 자존감을 높이는 생산적 복지시책으로 정착되고 있다. 완주군이 목표로 한 ‘월급 150만 원 받는 농부 3,000 농가 육성’은 결코 불가능한 정책 슬로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로컬푸드는 마을회사, 두레농장, 커뮤니티 비즈니스 공동체 등과 수평적으로 연계함으로써 공동체 성장과 마을 자립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교류와 소통 통로가 생겨나면서 지역공동체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장애인, 이주여성의 일자리인 ‘마더쿠키’는 매출이 10배로 늘었으며, 농촌 여성들이 슬로푸드 가공협동조합을 만들어 농민가공품을 직매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농촌 노인 두레농장과 마을기업도 안정된 판로가 개척되면서 한층 활기를 더하고 있다. 두레농장을 중심으로 토종 종자를 생산, 보급하고 자가채종 방식에 의한 마을육모, 소규모 순환농업퇴비장 등의 사업도 추진 중이다.
[로컬푸드 1번지로서의 지역 이미지를 선점하다]
2017년 완주로컬푸드는 전국 최고 농산물 직거래장으로 인정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 12월 26일 전국 12개 ‘우수농산물 직거래 사업장’을 선정하였는데, 완주군 용진농협, 효자점, 모악점, 하가점, 삼천점 등 5개 매장이 선정되었다. 2017년 10월 18일에는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2017년 6차산업 가공상품 비즈니스모델 경진대회’에서 완주로컬푸드과실생산자협동조합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2016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농어촌 삶의 질 향상’ 우수사례로 뽑혔다. 2013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2013년 직거래 컨테스트’에서 완주군 용진농협이 ‘최우수’, 농업회사법인 완주로컬푸드 주식회사가 ‘우수’, 꾸러미 분야에서 완주로컬푸드영농법인 건강한밥상이 ‘우수’를 차지했다.
이러한 크고 작은 수상은 완주로컬푸드가 소비자에게도 신뢰를 얻고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실제 2014년 완주로컬푸드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조사한 결과, 지역적 인지도, 위생과 공익적 관점, 경제적 동기 등이 재구매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구매자가 로컬푸드를 찾는 이유는 ‘이보다 더 신선할 수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하는 합리적인 가격이 성립된다’, ‘국내산을 넘어, 지역산을 넘어 생산 농가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완주로컬푸드의 성공전략을 배우기 위해 2015년 직매장을 탐방한 기관·단체만 590개, 2만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2015년 12월에는 중국 보산촌과 간헌진촌 리더들이 완주로컬푸드와 6차산업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협약식을 맺기도 했다. 완주로컬푸드에 관한 학술적, 정책적 연구 자료도 수십 편이 쏟아졌다. 그동안 한국에서 글로벌푸드 폐해를 지역에서부터 근절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로컬푸드가 주목받아 왔지만, 이를 지역농정혁신을 통해 현장에서 증명해 보인 곳은 완주군이 유일하다. ‘대한민국 농촌수도, 로컬푸드 1번지’란 슬로건을 내세우며 이른바 ‘農-토피아’를 꿈꾸는 완주군의 실험과 실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