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8015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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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口碑傳承 |
영어의미역 | Oral Literature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경상북도 울진군 |
집필자 | 남경란 |
[정의]
경상북도 울진군에 전승되고 있는 설화와 민요.
[개설]
구비문학(口碑文學)은 ‘말로 된 문학’을 의미하고 ‘글로 된 문학’인 기록 문학과 구별된다. 구비문학을 구전 문학이라고도 하는데, 구비문학이라는 용어를 택한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구비’라는 말의 어원은 비석에 새겨놓은 것처럼 오래도록 전해온 말을 뜻한다. 즉, 구비문학은 단순한 구전이 아니고 절실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사연을 일정한 형식이나 구조를 갖추어서 나타내는 문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구비문학은 기록 문학과 똑같은 문학의 한 종류로 언어 예술이다. 구비문학이 문학이 아닌 듯이 생각하는 견해도 있으나, 이는 타당성이 없는 견해다. 구비문학이 문학이 아닌 구비전승과 구별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예술이라는 점이다. 기록 문학이 문학이 아닌 기록과 구별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 예술이라는 사실과 동일한 현상이다.
구비문학을 말로 나타내려면 일정한 격식이 필요하다. 억양을 위시한 여러 가지 음성적 변화가 있고, 말하는 사람은 표정과 몸짓을 사용하며, 말하는 데는 구체적인 상황이 있다. 어떤 상황 속에서 음성적 변화·표정·몸짓 등을 사용하여 문학 작품을 말로 나타내는 것을 구연(口演)이라고 한다면, 구비문학은 반드시 구연되는 문학이다. 기록 문학의 작품도 구연될 수 있으나, 기록 문학에서는 구연이 필수적 요건은 아니며, 오직 가능한 전달 방식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구비문학으로서는 구연이 필수적인 존재 양상이다.
구비문학은 민중의 문학이다. 양반으로 이루어진 소수의 지배층 또는 지식층을 제외한, 농민을 중심으로 하는 대다수의 민중은 생활을 통해서 구비문학을 창조하고 즐겨 왔다. 노동을 하면서 노동요를 부르고, 세시풍속의 하나로서 가면극을 공연하고, 생활을 흥미롭고 윤택하게 하고자 여러 가지 민요도 부르고 설화도 이야기한다.
구비 중에서 설화, 민요, 무가, 판소리, 민속극, 속담, 수수께끼는 문학이다. 무가는 주술적인 목적에서 신을 향해서 구연되지만, 신이라고 설정된 대상이 결국은 인간의 투영이기에 인간적인 감정의 표현이며, 주술성과 함께 문학성을 지닌다. 속담은 지혜 또는 교훈의 비유적 압축이기에 문학적 형상화의 좋은 예다. 수수께끼는 말놀이이지만 문학적 표현에 의해서 말놀이가 성립된다. 그러나 욕설, 명명법, 금기어 등은 구비전승이기는 해도 문학이라 할 수 없으니 구비문학에서 제외된다.
[설화]
설화는 신화·전설·민담을 합하여 일컫는다. 설화는 문자 그대로 ‘이야기’를 말한다. 그러나 일상 신변잡담을 전부 설화라고 하지는 않는다. 역사적 사실이나 현재적 사실을 말로 전하는 것도 설화의 범주에 넣을 수 없다.
경상북도 울진군의 경우는 단군신화나 고구려 개국신화와 같이 민족이나 국가의 창건과 관계되는 신화는 찾아볼 수 없고, 지명이나 사람·동물 등의 유래담과 관계되는 전설이 중심이 된다. 그러므로 다음에 소개되는 설화는 주로 전설을 중심으로 한 설화이다.
1. 산·바위·못 전설: 가리바위, 간물단지산, 달공굴(達空窟), 도예바위, 독산(獨山), 마귀(魔鬼)해미추짓돌, 비래봉(飛來峰), 삼봉(三峯)의 전설, 장군바위[將軍岩], 지당(池塘)과 샘물, 진화봉(鎭火峰), 천지소(天地沼), 칼산[刀山]과 백정(白丁)
2. 사람 전설: 군자정(君子井), 달효(達孝)마을 효자방(孝子坊), 둔갑(遁甲) 선생(先生), 망우당 곽재우(郭再佑)와 대호(大虎), 미래골[美來谷] 효자샘, 봉평리(鳳坪里)와 김계근(金啓瑾), 쇠도리깨 장군 김언륜(金彦倫), 수토기담(授討奇談), 십이령(十二嶺) 바지게꾼, 장대룡(張大龍) 장군의 충절과 개남총(介南塚), 주성세(朱星世)가 대호(大虎)를 생포한 일, 최사룡(崔士龍) 진사(進士)와 몽조(夢兆), 황보리와 이산해(李山海), 황연(黃衍) 선생과 정려(旌閭)
3. 동물 전설: 구슬령[珠嶺]의 대호(大虎), 구암(狗岩), 길마촌(吉馬村), 용암(龍岩)과 용정(龍井)
4. 사찰 전설: 구룡사(九龍寺)와 대웅전(大雄殿), 명산사지(名山寺地) 대흥사(大興寺), 백암사(白巖寺) 녹암(祿岩), 환생전(還生殿)과 백극재(白克齋)
5. 지명 전설: 고산성(古山城)의 전설, 고파목[古坡峴], 구만리(九萬里) 청고개[靑皐峴], 고포(姑浦)마을, 관곡(館谷), 구수곡(九水谷), 달내바위골[月川岩谷], 방화골[芳和谷], 왕피리(王避里)의 이설(二說), 원님과 말래[馬來], 이심소(沼), 입석동(立石洞), 주천대(酒泉台)와 소고산(小孤山), 지당(池塘) 위에 자리 잡은 지품(池品)마을, 천량암(天糧岩), 토일리와 정몽주(鄭夢周), 한태재[寒汰嶺] 입구 성황신
[민요]
민요는 노래로 된 구비전승이다. 민요는 노래이기에 음악이면서 문학이고, 그 가사는 운문으로 되어 있다. 민요는 전문적인 특정인의 노래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지은 민중들의 공동작이다. 민요에는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호흡이 깃들어 있어서 민중들의 의식과 정서를 잘 이해할 수 있다.
민요를 통해서 민족의 의식뿐만 아니라 그 민족의 피 속에서 우러나온 시 형식과 리듬 의식의 원형을 확인할 수도 있어 전통 민요에 대한 복원과 이해는 지역의 문학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민요는 다른 지역과도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구비전승되기 때문에 경상북도 울진군의 민요는 경상도나 강원도 지방, 더 나아가 전국의 것과 유사한 것들도 많고 울진만의 독특한 것들도 있다.
울진군의 북쪽은 강원도 삼척과 지리적·문화적 경계를 이룬다. 울진군이 강원도 관할에서 경상북도로 옮겨진 것은 1963년 1월 1일 이후부터이다. 언어·풍속·사회·경제·교육·교통 등의 여건이 경상권이기 때문이었다. 울진군의 문화가 경상도권이라는 것은 민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즉, 경상도의 대표적인 모심기 노래는 교창(交唱) 방법의 “이 논배미 모를 심어 가지가 벌어도 장하도다. 삼대야독자 외동아들 갓을 씌워도 영화러라”와 같은 유형인데, 울진군의 전 지역에서 주로 이 노래를 부르며 모심기 작업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아침 작업 노래의 가사 중에 다른 지역에서는 “물꼬야 철철 물 흘러 놓고 주인네 양반 어데 갔소. 문어야 전복 손에 들고 첩의야 집에 놀러갔네”인 것이 보통인데, 울진군에서는 “문어야 전복 손에 들고” 대신에 “담배야 솔아지 손에 들고”로 부르는 점이 특이하다. 솔아지란 담배 넣는 담배쌈지를 말한다.
전국적으로 볼 때 모심기 노래는 상당히 광범위한 분포를 가지는 반면에 논매기 노래는 보다 세부적인 좁은 분포도를 가지는데, 마찬가지로 울진 남부 쪽과 북부 쪽은 다른 논매기 노래를 보여 주고 있다. 예컨대 평해읍에서는 “에야 궂이요”란 노래를 부르고, 북쪽인 죽변면에서는 “에 에이여-어”를 부른다. 생활권이 다르면 논매기 노래도 다르다는 일반 법칙이 울진군에서도 재확인되는 셈이다.
이와 같이 농요는 그 땅에 붙박아 사는 사람들이 두레 농사를 지으며 부르던 노래로 단순한 노래에 그치지 않고, 문화사적인 좀 더 깊은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 지역의 향토 민요 특히 농요를 조사하여 기록 보존 전승시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