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북지리 부석사 성보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는 고려시대 삼본 화엄경 책판.

[개설]

영주 부석사 고려목판(榮州浮石寺高麗木板)은 부석사에 있는 『화엄경(華嚴經)』 정원본(貞元本) 40권, 진본(晋本) 60권, 주본(周本) 80권 등 3종의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을 나무판에 새긴 것이다. 『대방광불화엄경』은 줄여서 보통 『화엄경』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화엄종의 근본 경전으로 『법화경(法華經)』과 함께 한국 불교사상 확립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경전이다. 현재 영주 부석사 고려목판은 부석사 성보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영주 부석사 고려목판은 1982년 5월 22일 보물 제735호로 지정되었다가 2021년 11월 19일 문화재청 고시에 의해 문화재 지정번호가 폐지되어 보물로 재지정되었다.

[형태]

영주 부석사 고려목판 가운데 정원본은 반야(般若)가 번역한 『화엄경』 40권 122매를 가리키고, 진본은 불타발타라(佛馱跋陀羅)가 번역한 『화엄경』 60권 239매, 주본은 실차난타(實叉難陀)가 번역한 『화엄경』 80권 237매를 각각 가리키는 것이다. 영주 부석사 고려목판은 모두 합쳐 3종 634매이며, 고려 때 새긴 원판과 조선시대에 새긴 보판이 섞여 있다. 고려 때 유행하였던 『화엄경』은 14자본이 아니면, 17자본인데, 부석사의 목판만이 한 줄에 34자씩 글자를 배열한 특이한 형식이다. 보판은 진본 권32의 제9장에 ‘융경이년무진정월일 경상도영천지태백산부석사개판(隆慶二年戊辰正月日慶尙道榮川地太白山浮石山開版)’이라는 간기가 있어서 1568년(선조 1)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징]

고려시대 『화엄경』 원판은 간기가 표기된 각판이 없어서 정확하게 언제 새겼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부석사에서 『미타경(彌陀經)』을 조성한 것이 1250년(고종 37)임을 고려할 때, 화엄종의 종찰로 자리한 부석사에서 『화엄경』을 『미타경』보다 빨리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화엄경』의 저본이 거란본으로 보이므로, 1200년에서 1250년 사이에 개판된 것으로 추정된다. 거란본의 특징은 작은 글자를 반엽에 17행 34자로 조밀하게 배치하고, 얇은 종이에 인쇄하는 것인데 학계에서 거란본으로 추정하고 있는 현존본 2책과 대조해 보면 같은 계통의 판본을 수입하여 번각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영주 부석사 고려목판은 한 줄에 34자가 새겨져 있는 세자본(細字本)이다. 좁은 판심에 어미와 흑구가 없는 판식임을 보아서, 권자본이 방채본(方冊本)으로 넘어오는 초기의 형식을 알려준다.

[의의와 평가]

영주 부석사 고려목판은 13~14세기경 거란에서 불경을 수입하여 나무판에 다시 새긴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전해지는 유일한 거란본 계열의 번각판으로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영주 부석사 고려목판은 우리나라 화엄종의 창시자인 의상(義湘)이 창건하여 화엄 사상을 발전시켜 나간 부석사에 소장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욱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