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109058 |
---|---|
지역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장노현 |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동아리 활동이 활발했다. 나는 한늘품이라는 독서토론부에서 가입했다. 남녀공학에서 몇 안 되는 여학생 전용 동아리였다. 여학생 끼리 모여 세계 명작, 한국 명작을 선정해서 읽고 토론하고, 가끔은 다른 학교를 섭외하여 같이 대외토론을 하기도 했다.
대부분 고등학생 수준으로는 쉽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토론했었다. 보통 네댓 개의 주제를 두고 한 달에 한 번씩 토요일 오후 시간을 이용하여 토론을 진행했다. 찬성과 반대로 마주앉아 긴장 속에 토론에 임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억지스런 의견을 터무니없이 강하고 집요하게 내세우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긴장감 있는 시간이었다. 토론 준비도 쉽지 않았고, 때로 스트레스였다.
그렇지만, 나는 교우 관계에서 결핍을 느끼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학창시절 내내 어떤 심리적 피폐함에 시달리던 터라, 책 속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책을 보면은 하나를 보면은 그걸 보면서 되게 나름의 상상의 날개를 편다거나 아니면 그게 꼭 나의 세계인 거 마냥, 예 그런 정도로 독서를 했던 거 같아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라든가 아니면 지금은 인제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밀란 쿤데라, 한 사람 작가를 선정하면 그 사람 작품이 좋으면, 쭉 여러 권을 막 봤던 거 같애요. 그렇게 하면서 아마 독서토론부의 영향도 많이 있었을 거예요.”
나는 학교 축제 기간 시화전에 내놓았던 자작시 제목이 증애였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아빠에 대한 미움과 사랑의 감정을 엮었는데, 나름대로 시가 괜찮았는지 상을 받기도 했다. 아빠에 대한 애증의 감정이 아닌 다른 주제로 상을 받았다면 나는 좀 더 즐겁고 행복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