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1090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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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장노현 |
집에서 학교까지는 고작 5분 거리, 엎어지면 코 닿을 데였다. 그런데도 나는 부산스럽게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서 학교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혹시 지각할까 늘 걱정스러웠다. 그런데도 간혹 지각을 했다. 그때마다 심한 벌을 받았는데, 엎드려뻗쳐서 2-30분씩 버텨내는 벌이 많았다.
누구나처럼 나는 학교에서 칭찬도 받고 벌도 받았다. 변호사를 꿈꾸기도 하고, 기자를 꿈꾸기도 하고, 어떤 때는 선생님이 되고도 싶었다. 장래 희망으로 누구나 한번쯤 가져보는 평범한 꿈이었다.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는 선생님에 대한 로망이, 남자 아이들 사이에서는 과학자에 대한 꿈이 가장 평균적인 꿈이었다. 그런데 그곳 아이들은 그런 꿈을 꾸는 아이들도 많지 않았다. 나의 착각일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의 내 기억은 꿈 많던 친구들을 많이 기억하지 못한다.
친구에 대한 기억 하나가 갑자기 생각났다. 어느 학교에나 문제 학생은 있을 것이다. 5학년 때 우리 반에도 유독 문제를 일으켰던 한 학생이 있었다. 어느 날은 그 학생이 창밖으로 뛰어내려 자살을 하겠다고 했다.
“그냥 무턱대고 어떤 앞뒤 전후에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자기의 성격 자기 성질에 못 이기겠거나 아니면 뭔가 주목을 받고 싶다거나. 이러면 애가 무턱대고 창으로 가서 나 뛰어내릴 거야 이렇게 했었어요. 선생님한테도 막 협박을 하고.”
지금 생각하면, 친구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된 데도 전후 맥락이 있고,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나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성장하면서 나도, 그리고 많은 사람들도 그 친구와 같은 충동을 문득 문득 느끼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친구들 중에는 이미 초등학교 때 사춘기에 겪고 어른의 세계에 눈을 뜨는 친구들도 있었다. 좀 노는 부류의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최신 유행을 흉내내고, 이성 친구에 밝아지고, 또 막 몰려다니기를 잘 하는 친구들이었다.
“지금도 아마 성남에서는 종합시장 그쪽이 이제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놀이 공간 아니면 쇼핑 공간이 될 텐데, 저희는 초등학교 때까지는 바운더리가 그렇게 넓지 안찮아요 주변에서 왔다갔다 했는데, 그 아이들은 그 곳을 왔다 갔다 하면서 쇼핑을 한다든가 아니면 아이들끼리 남자친구 여자 친구들 이렇게 같이 모여서 항상 그룹으로 거기서 항상 춤 연습을 한다든가, 좀 담배를 핀다든가. 그 때 잘은 몰랐는데 당시 그런다는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막 세력 다툼 같은 것도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