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109065 |
---|---|
지역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장노현 |
헨젤과 그레텔처럼, 나는 잠자리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화를 엿들은 적이 있었다. 갓난아이도 자기를 귀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본다. 나는 어려서 아빠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아빠와의 사이에는 많은 일이 있기 했지만, 잠자리에서 엿들은 대화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그때 아빠는 분명 제가 너무 밉다고 말했었다. 듣지 말았어야 할 말을 듣고 나는 너무 불행해졌다. 내가 잘못 들은 말이거나 앞뒤 문맥을 잘라버린 때문에 내가 오해한 것이기를 빌기도 했다.
부모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될까? 후에 읽었던, 바다아이라는 소설의 어린 일곱 형제도 잠자리에서 엿들은 부모의 말 한 마디 때문에 가출한다. 비가 쏟아지는 칠흑같은 한밤중에 그들을 가출하게 만들었던 말 한 마디. 나는 그 주인공들처럼 가출하지 못했고, 대신 아빠에 대한 애증을 마음 속으로만 키웠다.
“저희 아버지가 되게 좀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으시고. 그리고 아버지가 생각하는 어떤 가치관이나 기준에 미달했을 때 좀 용납하지 못하시는 그런 것들이 있으시거든요. 어떤 칭찬이나 이런 건 소소하게 해주셨을지 몰라도 딸로서 받고 싶었던 어떤 사랑이라든가 따뜻함이라든가 보살핌이라든가 그런 걸 아빠로부터 못 느꼈던 거 같애요. 그래서 아버지를 많이 그니깐 어떤 사랑을 하면서도 미워했었던 감정이 있었고.”
사람은 누구나 어떤 대상에 대한 애증의 감정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상대방보다는 본인에게 더 굴레가 되기 일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용서를 하고 싶었다. 물론 아버지는 예전과 지금을 비교해서 많이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변하기 않는 부분은 그냥 안고 가야 할 부분이다. 그냥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 속으로 용서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