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109117 |
---|---|
지역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장노현 |
염씨가 상대원으로 왔던 80년대 초는 장사가 참 잘 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상대원공단은 활발하게 돌아갔고, 근로자들이 시장의 주요한 고객이었다. 젊은이들은 간이부엌이 딸린 방 하나 짜리에 주로 살았다. 방안에는 비키니 옷장 하나에 조그마한 호마이카상이 놓여 있었고, 부엌에는 석유 곤로와 밥공기와 국그릇 정도가 갖추어졌다. 또한 돌이나 백일이 되면 뷔페를 찾는 지금과는 달리, 80년대 이전에는 집에서 잔치를 많이 했다. 잔치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집집마다 수저도, 밥그릇과 국그릇도 여러 벌이 필요했다. 그래서 가게는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좀 먼 데서 상대원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이용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자가용이 흔치 않던 시절이었으니까. 택시를 타면, 사람들은 ‘원다방 갑시다’고 했고, 그러면 택시는 손님을 시장 입구에 내려주었다.
“지금 코너에 보면은 화장품 그 자리가 원약국이었어요. 그리고 그 위에는 원다방. 그러니깐 사람들이 상대원시장 가자는 소리 안하고 대부분 원다방 갑시다. 남자들은 원다방 가자, 여자들은 원약국 가자.”
그렇게 몰려든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시간은 오후 4시에서 저녁 전까지였다. 그 시간을 사람들은 ‘장시간’이라고 불렀다. 장시간이 되면 물건 사러 온 사람도, 그들의 지갑을 노리던 소매치기도 들끓었다. 좀 밀린다 싶으면 지갑이 없어지기 일쑤였다. 그 중에서도 원약국에서 그 위쪽 언덕까지는 사람 천지였다. 야채며 생선, 과일 노점도 뭐가 됐든 나오기만 하면 다 팔 수 있었다.
염씨는 문득 문득 상대원의 좋던 때를 생각하며 깊은 회한에 잠긴다. 그럴 때면 30년 세월을 건너오게 해준 상대원시장이 고맙기도 하다. 저축은 안 해도 좋으니 임대료 내고 세끼 밥만 먹을 수 있다면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시장을 지키고 싶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검소하게 살면서 작은 나눔 생활도 실천하고 싶다.